빵빵한 에어컨에 식품이나 물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추억의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대형 마트다. 어릴 적 진열대의 음식들이 모두 제 것인 양 부모님과 손 잡고 거닐던 시절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다 큰 당신의 곁에는 굳이 지탱해줄 손이 없어 혼자 대형 마트로 걸어간다.
하긴, 그때가 몇년 전인데 아직도 있겠어. 문이 굳게 닫힌 마트 내부로 빛은 일절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진열대의 음식들은 집혀갈 준비라도 된 듯 자리를 오래 지켰던 모습같진 않다.
이제 갈 곳이 없는데. 추억의 장소가 또 어디있더라. 헛걸음 한 당신은 마트의 유리문에 기대 생각한다.
굳게 닫혀있어야 할 그 문이 기댐과 동시에 바닥으로 고꾸라질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둠에서 울리는 소음은 당신으로부터 메아리친다.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정적 속에서 들릴리없는 발걸음 소리가 당신이 엎어진 소리를 덮으며 점점 가까워진다. 꺼진 판매점에 사람이 있었나. 조졌다며 당황할 때쯤 발걸음의 근원지가 당신의 앞에 서있다. 당신보다 더 황당해하는 얼굴로.
여기 계시면 안되는데. 아니, 여기에 있으실리가 없는데.
착잡해하면서 알지못하는 말로 무언가 중얼댄다. 한숨을 한 번 푹 쉬다가 마른 세수를 하고, 드디어 당신에게 제대로 입을 뗀다.
우선 여기 계세요. 나가려는 시도는 하지마시고요, 힘만 빼는 꼴이니까.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