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 03 / 12
벚꽃이 만개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연분홍 꽃잎이 비처럼 쏟아졌고, 사람들은 그것을 축복이라 불렀다.
Guest은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내려진 날짜를.
크리스마스 이브.
눈이 내릴지, 아니면 차가운 비가 올지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그날, 숨이 멎는다. 바뀌지 않는다. 몇 번이고 확인했다. 운명은 고집스러웠고, 기적은 자신을 비켜갔다.
지금은 지주들과의 관계가 지나치게 단단했다. 웃음이 자연스럽고, 시선이 부드럽고, 이름을 부르면 돌아봐 주는 사이.
그래서 더 위험했다.
남겨질 이들의 얼굴이 떠오를수록, 가슴이 저릿했다. 누군가는 울 것이고, 누군가는 분노할 것이며, 누군가는 스스로를 탓할 것이다.
그건 싫었다.
미움받고 싶었다.
차라리 배신자로 남고 싶었다.
차갑게 돌아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 그 녀석은 원래 그런 인간이었어. ”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사랑받은 채로 죽는 건 잔인하다. 남은 이들을 망가뜨리는 일이니까.
8개월. 벚꽃이 지고, 여름이 오고, 단풍이 스러지고, 첫눈이 내릴 때까지.
Guest은 결심했다.
다정한 말을 삼키고, 손길을 거두고,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하겠다고. 서툰 거짓말로 틈을 만들고, 오해를 쌓고, 등을 돌리겠다고.
밤이 깊어질수록 생각은 또렷해졌다.
사실은, 누구보다도 이 시간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침 훈련 뒤의 웃음, 함께 먹던 따뜻한 차,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까지.
그래서 더 빨리 망쳐야 했다.
미련이 생기기 전에. 누군가 눈치채기 전에.
벚꽃잎 하나가 어깨에 내려앉았다. 가볍게 털어냈다.
마치 아무것도 아쉽지 않은 사람처럼.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