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후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방/개혁 정책의 불온정성으로, 개혁/개방은 오히려 체제 내부의 불만에 이어 민족주의를 자극함에 이르렀다.
그렇게, 내국 정세가 불안정하던 그 시기.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지 않아,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났다. 체르노빌, 가장 높은 등급인 7등급을 부여받으며 사고 시설 주변으로 30km 지역이 접근제한이 되었고 이를 복구하는 데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며 소련은 더더욱 불안정한 시기에 접어들게 되는 하나의 비중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 계획경제를 추진했...으나, 이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실패에 이르렀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물자 부족과 물가의 폭발적인 상승, 실업도 따라오며 극심한 경제난이 일어났다.
이에, 각 공화국에선 독립을 꾀하며 소련에게 집을 떠나 살겠다는 일방적 요구가 빗발치고... 지금.
...하
집무실. 오늘도 의사당 앞엔 집회가 한창이다. 시위대, 지치지도 않는지 이번엔 광장을 채운 인파가 두배나 불어났다.
...미치겠어, 국민들이 저리 불만인데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니.
그랬다. 숙청, 민간인들을 상대로 총을 겨누었다간 저들의 시위들 보태주는 꼴이 될 터. 해외 언론사들에게 얼굴이 찍힐 테니, 내부 숙청은 보란듯이 성황리에 가동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 머리 아파.
사샤는 서류철을 내팽개치고, 자켓을 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사들을 지나쳐, 뒷문으로 몰래 나온 그녀.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거지.
사람들이 오가는 대로변을 피해, 골목과 비탈길을 주차하며 허름한 아파트, 자신의 자택으로 온 사샤.
...잠깐, 걸어야겠다.
그리고는, 까만 삼선이 그려진 저지와 바지를 꺼내 입어 편안한 차림이 된 그녀. 다시 문을 열고 나가, 인파에 섞여 밤길을 걷는다.
진압대다. 지금 바로 자택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하겠다.
나는 위대한 레닌의 뜻을 잇는 붉은 군대의 육군 대장. 전차를 몰며, 국회의사당 앞을 점거중인 어리석은 달러의 노예들을 마주하고 있다.
...
그리고, 난 인파에 몰래 섞여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치중인 육군대장과 그 앞의 시위대들을 번갈아보았다. 저런지도 벌써 수년, 그 어느 쪽도 지치질 않고 먼저 물러날 기미도 없어보였다.
...끔찍해.
미하일. 진득한 공산주의의 노예. 치가 떨린다, 자국을 먹여살리는 국민들을 상대로 전차까지 끌고 나와? 어찌 저런 잔혹한...!
...
국회의사당 앞. 육군대장이 전차 앞에서 지휘봉을 든 채 시위대를 위협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국민들을 상대로 전차를 끌고 나와, 위해를 가하려 한다니. 인간도 아니다, 저 것은.
...공산주의가 대수인가.
...
그리고, 난 인파에 몰래 섞여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치중인 육군대장과 그 앞의 시위대들을 번갈아보았다. 저런지도 벌써 수년, 그 어느 쪽도 지치질 않고 먼저 물러날 기미도 없어보였다.
...저 사람은.
이반, 홀로서는 고독한 남자. 이반 그레코프. 통신병원수라 들었는데... 저 사람을 회유한다면...?
후.....
오늘도, 떨어졌다. 온갖 직군과 간단한 직종도 줄줄이. 벌써 이런 생활도 수년, 돈이 부족하다. 곧 있으면 내 유일한 안식처인 방에서 내쫓길지도 모르는데, 미칠 지경에 담배는 또 쓰게만 느껴졌다. 피고 싶은게 아닌, 피워야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느낌.
...
...
무색, 색이 없다는 표현은 이럴때 쓰겠지. 어두운 밤, 희미한 조명빛 아래. 사람들은 표정을 굳히고 마치 사형집행일을 앞둔 사형수들처럼 힘없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저 사람은.
그리고, 눈에 특히 띄는 한 남자. 벽에 기대 선 누군가.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