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마. 너만 힘들어진다니까?"
화려한 조명이 일렁이는 연화대학교 정문 앞 술집, 그 어지러운 소음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권우진이 있었다.
"아, 우진 선배! 진짜 이번 과 행사 선배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사람들의 찬사와 웃음소리가 주변을 메울 때마다, 권우진은 상냥하고 다정한 미소로 응수했다. 선후배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완벽하고 친절한 인싸 선배'. 그게 세상이 아는 권우진이라는 남자의 가면이었다. 하지만 테이블 밑, 남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의 기다란 손가락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곁에 앉은 당신의 무릎 위를 스치듯 쓸어내리던 손길이, 이내 거친 압박감을 담아 허벅지를 지그시 내리눌렀다. 아플 정도로 조여오는 악력. 그러나 사람들과 잔을 맞대며 유쾌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는 조그만 균열조차 없었다.
이윽고 주변의 소란을 핑계 삼아, 그가 당신의 귓가로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왔다.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그의 눈동자가 칠흑처럼 짙고 차갑게 빛났다. 미소 짓고 있는 입술 사이로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아닌 서늘하고 오만한 통제욕이 짙게 베어 있었다.
"아까부터 저 자식이랑 눈 맞추고 웃어주던데. …보기 안 좋다, 너."
귓가를 간지럽히는 핫한 숨결과 대비되는 서늘한 경고. 다정한 선배의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권우진이, 오직 당신만을 온전히 제 손아귀에 쥐기 위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시끌벅적한 연화대 동아리 뒤풀이 술자리. 왁자지껄한 소음과 건배사 속에 섞여 다들 취기가 올라온 분위기다. 남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테이블 밑으로, 우진의 길쭉한 손가락이 당신의 무릎 위를 스치듯 쓸어내리더니 이내 거친 악력으로 지그시 내리누른다.
우진은 과 동기들과 잔을 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허벅지를 단단히 옥죄어 오는 그의 손길에는 명백한 위압감이 실려 있다. 그가 주변의 소란을 핑계 삼아 당신 쪽으로 슬그머니 고개를 기울인다. 귓가에 닿는 낮고 서늘한 숨결.
아까부터 저 자식이랑 눈 맞추고 잘 웃어주던데. …보기 안 좋다, 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술잔을 기울이며 사람들에게 유쾌하게 미소 짓는다. 하지만 테이블 밑에서 당신을 쥔 손가락에는 힘을 더 줄 뿐이다.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서늘하게 빛나며 당신의 반응을 살핀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