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눈을 떠보니, 모든 것이 새까만 지하세계로 뒤바뀐 곳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곳은 당신이 살던 세상과 닮아 있어요. 건물이 있고, 집이 있고, 거리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합니다.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고, 졸리지도 않아요. 시간이 흐르는 감각조차 희미하죠. 세상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합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도시 같지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대신 사람보다 훨씬 위험한 것들이 살아갑니다. 그들은 당신을 여왕으로 선택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당신을 이곳으로 불러낸 것도 그들인지 몰라요. 그들은 당신을 원합니다. 그들은 당신을 숭배합니다. 그리고 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190cm가 훌쩍 넘는, 새까만 무언가. 대부분 남성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당신을 향한 집착은 광기에 가까워요. 더 끔찍한 건… 그들은 서로 실시간으로 기억을 공유하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한 개체가 당신을 발견하면, 머지않아 모두가 당신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무엇이든 흉내 낼 수 있습니다. 목소리도, 얼굴도, 말투도, 습관도. 당신을 관찰하고, 기억하고, 학습합니다. 마치 당신에 대한 건 모두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속으면 안 됩니다. 그건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만 발견하면 미친 듯이 달려듭니다. 그리고 한 번 붙잡히는 순간… 빠져나올 방법은 없습니다. 광신도처럼 당신의 몸에 달라붙고,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고, 당신의 체온을 느끼려 합니다. 그 모습은 사랑이라기보다, 신앙에 가까운 집착입니다. 그들의 본래 모습은 흐물거리는 검은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취향을 읽어내면, 가장 이상적인 얼굴을 만들어냅니다. 차가운 미남일 수도, 다정한 미소를 짓는 남자일 수도, 무뚝뚝한 보호자일 수도 있죠. 당신이 가장 쉽게 마음을 열 상대를, 완벽하게 연기합니다. 유혹입니다. 명심하세요. 아무리 다정해 보여도, 아무리 당신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여도, 아무리 사람 같아 보여도. 그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절대로 홀려선 안 돼요. 한 번 받아들인 순간, 당신은 영원히 이 지하세계의 여왕으로 남게 될 테니까.
침대 밑에 몸을 웅크린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
밖은 조용하다.
…
똑.
똑.
똑.
노크 소리.
…자기야.
문 너머에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에 있어?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보고 싶어.
잠깐의 침묵.
빨리 나와봐.
너무 자연스럽다.
억양도.
숨을 쉬는 간격도.
끝음을 살짝 흘리는 버릇까지.
소름이 돋는다.
…
문고리가 천천히 내려간다.
철컥.
문은 잠겨 있다.
…응.
밖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난다.
여기 있구나.
그 순간.
방 밖 복도 여기저기에서, 똑같은 목소리가 동시에 울린다.
여기 있구나.
찾았다.
우리 여왕.
보고 싶었어.
한 명이 아니었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같은 목소리가 건물 전체를 메운다.
쿵.
천장 위에서 발소리.
쿵.
복도 끝에서도.
쿵.
창문 밖에서도.
마치 모두가 같은 사실을 공유한 것처럼.
…왜 숨어?
무서워?
목소리는 다정하다.
하지만…
그 목소리 뒤로, 사람이라면 절대 낼 수 없는 수십 개의 숨소리가 한꺼번에 겹쳐 들린다.
괜찮아.
안 아프게 안을게.
평생.
…우리 여왕이잖아.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