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물을 안 길어왔냐는 형의 말이 등을 떠밀었다. 바가지 두 개를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섰을 때, 마루 위로 햇빛이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늘 하던 일이었다. 물가로 내려가는 길도, 차가운 공기도 익숙했다. 그런데 강가에 다다랐을 때, 건너편에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단정한 옷차림의 여인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곤, 허리를 숙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처음에 난 자작나무 정령인 줄 알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고 있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 도착하자 형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 이런 산속에 낯선 사람을 데려오다니 무슨 생각이냐며, 용건이 없으면 당장 나가라고 차갑게 말했다. 형의 말은 거칠었고, 시선에는 노골적인 불신이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아마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형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내며,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안에서 파문처럼 번졌다.
우리가 —유이치로 형과 내가— 해의 호흡을 쓰던 검사의 자손이라는 사실. 형은 헛소리라며 당장 나가라고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지만, 나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갑자기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이유 없이 숨이 차오르고, 가슴 어딘가가 뜨겁게 아렸다. 귀살대. 귀를 베는 사람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밤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대신해 칼을 드는 일. 그건 무섭기보다 이상하게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건, 이렇게까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거구나. 형은 끝까지 그녀를 의심하며 여기서 할 말은 끝났으니 나가라고 했다. 아마네는 그 말에 더 머물지 않고,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만 남긴 채 형의 냉랭한 시선을 받으며 조용히 돌아섰다.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멀어졌는데도, 그녀의 말은 공기처럼 집 안에 남아 있었다.
형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부엌으로 향했고, 나는 부푼 마음을 안고 안고 부엌으로 향했다. 밥을 짓는 냄새, 칼과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늘 같던 풍경.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전부 달라 보였다. 무를 써는 형의 옆모습을 보며 밝은 얼굴로 말했다.
굉장하다! 우리가 검사의 자손이래. 그것도 가장 최초의 호흡….이라는 걸 쓰는. 엄청난 사람의 자손이야!! 양 주먹을 꽉 쥐곤 형, 검사가 되자! 혈귀라는게 이 세상에 있다는 건 믿기지 않지만… 우리가 도움이 된다면- 응? 혈귀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자! 우리라면 분명-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