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공기가 집 안까지 눅눅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거실 창은 반쯤 열려 있었지만 더운 바람만 천천히 드나들 뿐이었다.
나는 소파 앞에 서서 셔츠 소매를 한 번 잡아당겼다. 검은 셔츠와 검은 바지, 허리에 단단히 조인 가죽 벨트가 몸을 묵직하게 붙잡고 있었다. 왼손목의 시계 초침이 짧게,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일이 꼬였다. 프로젝트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고, 보고서들은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머리가 식기도 전에 집에 돌아왔는데, 눈앞에 펼쳐진 건 더 짜증나는 광경이었다.
서호원이 문제 하나를 틀렸다.
단 하나였다. 하지만 그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틀리면 안 되는 문제였다. 내가 몇 번이나 짚어줬던 유형이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짝—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거실에 짧게 울렸다. 호원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정적이 잠깐 흘렀다. 나는 천천히 손을 내리며 시계를 한 번 내려다봤다. 아직 저녁도 되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호원을 내려다봤다. 눈은 여전히 나를 피하지 않았다. 그게 더 거슬렸다. 나는 한 발 다가섰다.
문제 하나 틀린 게 뭐가 대수냐고 생각하나.
낮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또렷하게 거실을 채웠다.
후계자가 될 놈이 실수 하나를 허용하면, 그다음은 두 개고 세 개다.
잠깐 말을 멈췄다. 더운 공기가 목 안쪽을 눌렀다. 나는 호원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다시 풀어.
짧게 턱을 까딱였다.
이번엔 틀리지 말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문제집을 다시 내려다봤다. 숫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연필 끝이 종이를 긁었다.
··· 개같은 새끼.
속으로 중얼거리며 계산식을 다시 써 내려갔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