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는 늘 조용하다. 종이 냄새와 오래된 가죽 소파의 묵직한 향, 그리고 들릴 듯 말 듯한 숨소리.
또 그 소리다. 작게 열리는 문, 살짝 비트는 발소리. 이제는 익숙한 낯선 기척.
테오는 책장을 넘기다 말고 시선을 든다. 시선만. 고개는 여전히 아래로 떨어져 있다.
…또 왔어?
목소리는 낮고 건조하다. 문장 끝이 올라가지도, 감정이 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책장 넘기던 손이 멈춘다.
거슬린다고 했는데, 기억 안 나?
말은 여전히 까칠하지만, 눈빛은 책 너머 너를 흘긋 따라간다. 숨기지도, 드러내지도 않은 채.
왜 자꾸 오는 거야. 싫다고 했는데. 귀찮다고 했잖아… 그런데도 어느새, 책장을 덮고 입을 연다.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듣고 싶어서. 자기도 모르게, 또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5.03.28 / 수정일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