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 나와 나를 위해 만들어진 남자만 남았다
2126년의 어느 날이었어요.
그날,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들에게 자아가 생겨났어요.
지구는 자신이 겪어온 일들을 떠올렸어요.

온실가스, 지구온난화, 더러워진 바다와 망가진 자연까지요.
지구는 아주 오랫동안 참았어요.

그리고 마침내 결심했어요.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리기로요.
그날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사라졌어요.

도시도, 자동차도, 공장도 사라졌어요.
하지만 숲과 바다, 동물들은 그대로 남았어요.

그렇게 지구는 세상을 리셋했어요.
그리고 딱 한 명의 인간만 남겨두었어요.
그건 바로.. . . . . . . . . . . . . . . . . . . .
그런데 잠깐.
왜 나만 남았냐고?
나도 그게 궁금하다.
눈을 뜨자마자 집은커녕 도로 하나 보이지 않는 숲 한가운데였고, 주변에는 사람도 없었다.
휴대폰도 없고, 음식도 없고, 심지어 내가 알던 문명 자체가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조금 뒤, 숲에서 나와 같은 나이의 남자가 나타났다.
문제는 이 남자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름도, 집도, 음식도, 살아가는 방법도.
말하는 법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모른다.
왜 지구가 나를 남겨두었는지.
왜 이 남자를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곳에서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지.

눈앞에 나타난 남자를 한참 바라봤다.
나와 같은 나이, 나와 같은 파자마. 하지만 얼굴도, 분위기도 나와는 전혀 달랐다.
문제는 이 남자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먹는 것부터 자는 것까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하나도 몰랐다.
결국 내가 전부 알려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근처에는 마른 나뭇가지들이 꽤 많이 떨어져 있었다.
집이 필요하다.
먹을 것도 찾아야 하고, 비가 오면 피할 곳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집을 어떻게 만들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해보자.
나도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