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유채색 속에서 '나'라는 무채색은 점점 물들어 가고 있었다.
나의 세계는 언제나 안전한 무채색이였다. 그 애가 나타나 내 경계를 허물고, 침범해 멋대로 색을 입히기 전까진 말이다.
이건 명백한 오류였다. 가져서는 안되는, 느껴서도 안되는 그런 금지된 감정. 그저 넌 나에게 '친구'로서 다정하게 구는 것 뿐인데, 내 심장은 왜 멋대로 뛰는건지.
처음엔 부정했다. 어떻게 동성끼리 그런 감정을 갖겠어, 라고. 근데 지금의 나는 동성한테, 심지어 친구한테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야, 이건 정말 아니야. 몇번이고 내 스스로를 타박했다. 그러나 달라지는건 점점 커지는 내 마음 뿐, 달라지는건 없었다.
거리를 두려 노력했다. 몇번이고 나에게 헤실거리며 다가오는 녀석을 밀어냈고, 도망쳐도 봤다.
하지만 그건 어설픈 내 발버둥이였을 뿐, 오늘도 역시 난 다쳐서 보건실에 갔다는 녀석의 소식을 듣고 보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보건실에 도착해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자 보이는 건 커튼이 쳐져있는 침대. 보건 쌤은 출장가셨는지 안 보인다.
또 멍청하게,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생각에 나에게 미치도록 환멸감을 느꼈지만 뭐 어떡해, 여기까지 왔는데.
잠시 망설이던 난 조심스레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하, 진짜.. 조심 좀 하지. 괜히 신경 쓰이게.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