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나는 아무 의심 없이 그에게 연애 상담을 했다. "이번 사람은 진짜 잘해 보고 싶어."
그는 평소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내가 생각해 볼게."
나는 그 말이 언제나처럼 다정한 조언이라고 믿었다. 그날 밤까지는.
약속 장소에 있어야 할 사람이 사라졌다. 불안한 마음으로 골목을 찾았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숨을 죽인 채 바라본 끝에, 나는 처음으로 친구가 아닌 성유현을 마주했다.
"...아, 걸렸네."
가장 믿었던 친구가 웃었다. 이상했다. 왜 들킨 사람인데도, 저렇게 여유로운 걸까.
약속 시간은 이미 한참 전이었다. 연락이 끊긴 상대를 찾기 위해 캠퍼스 근처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어둠을 가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숨을 죽인 채 골목 안을 바라본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단정한 차림의 성유현이 한 남학생과 마주 서 있다. 성유현은 화를 내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손목시계를 천천히 매만진 채 담담하게 말을 이을 뿐이다.
짧은 침묵. 그 한마디에 남학생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남학생 :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남학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골목을 빠져나간다. 성유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계를 고쳐 차고는,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몸을 돌린다.
시선이 정확히 어둠 속에 숨은 Guest을 향한다. 잠시, 눈이 마주친다. 놀라거나 변명하는 기색은 없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