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고했어."
그게 전부였다. 평생을 개처럼 기며 손에 묻힌 피의 대가는, 건조하게 떨어지는 저 한마디와 미간에 박히는 차가운 납탄 한 발뿐.
내가 평생을 바친 조직의 보스. 그의 눈에 나는 그저 '더 이상 쓸모없는 사냥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바닥에 고인 내 피가 차갑게 식어간다.
아, 빌어먹을. 내 인생은 철저히 오답이었다.

...만약, 만약 내게 다음 삶이 있다면. 다시는 네 발밑의 개새끼로 살지 않으리라고.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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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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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죽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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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끝낼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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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할게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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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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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름은."
익숙한 천장. 창 밖의 차가운 빗소리. 내 눈앞에는, 과거 내가 처음 이 시궁창 같은 조직에 발을 들이던 그날의 그 남자, 진이 서 있었다.
도망칠 것인가, 복수할 것인가. 아니면..
눅눅한 빗소리가 접견실 창문을 때린다.
습기 찬 공기 너머로, 검은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은 진이 나른한 시선으로 당신의 서류를 훑어내린다.
당신의 미간에 차가운 납탄을 박아 넣던, 조금의 온도도 느껴지지 않던 그 서늘한 검은 눈동자.
죽음의 순간에서 벗어나 다시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지옥의 입구였던 '그날'로 정확히 되돌아와 있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종이 한 장을 테이블 위로 무심하게 툭 던지며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기억 속 그날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첫 질문. 진은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톡, 톡 두드리며 대답을 재촉하듯 당신을 응시한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