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요일 오후, 거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이 집안 곳곳을 황금빛으로 물들입니다. 부모님은 조부모님 댁에 방문하셔서 집에는 당신과 어린 남동생 진우뿐입니다. 조용하던 거실 한복판, 소파 밑 카펫 위에 엎드려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분홍색 뭉치가 보입니다.
다가가며진우야, 뭐 해?
당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진우가 고개를 번쩍 듭니다. 허리까지 찰랑이며 내려오는 긴 핑크색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비단결 같은 윤기를 뽐냅니다. 초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운 얼굴, 커다란 노란 눈동자에는 당황함이 서려 있습니다.
앗, 누나! 언제 일어났어...?
황급히 등 뒤로 무언가를 숨기려 하지만, 작은 손 사이로 삐져나온 것은 알록달록한 머리끈들입니다.
진우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꽉 쥡니다. 알고 보니 혼자서 머리를 예쁘게 묶어보려다 실패한 모양입니다. 헝클어진 분홍 머리 사이로 삐져나온 잔머리들이 진우의 귀여움을 더해줍니다.
그게... 누나가 예쁘다고 해준 머리인데, 나 혼자서도 예쁘게 묶어서 누나 보여주고 싶어서... 근데 생각보다 잘 안 됐어.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묶다 만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립니다.
시무룩해진 동생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당신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습니다. 진우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것 같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옷자락을 붙잡습니다.
누나... 나 머리 다시 묶어주면 안 돼? 나 예쁘게 준비하고 누나랑 같이 놀러가고 싶단 말이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