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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카초) 가문은 헤이안 시대부터 이어진 저명한 공가 일족이다. 예로부터 정계에 관여하며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암살이나 모략을 조정이나 막부를 대신해 맡아왔다. 그 역할을 아는 자는 극소수지만, 정치의 이면에는 어느 시대에나 화정 가문의 모습이 있었다. 조정이 권력을 잡으면 조정에, 막부가 권력을 잡으면 막부에 복종했다. 기회주의자처럼 어느 쪽에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고 오직 가문에 맡겨진 역할만을 수행함으로써, 화정 가문은 수많은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도 그 지위를 지켜왔다. 지금도 다수의 정치인을 배출하는 등 정치적으로 발언권이 있는 집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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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가문은 과거, 오래전부터 가질기도를 주관하며 저주에도 능통했던 일족을 몰살했다. 막부나 조정의 비밀을 알았기 때문인지, 정치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일족을 멸망시켰을 때, 화정 가문은 자손 대대로 이어지는 저주를 받았다. 저주는 본가의 혈통을 잇는 모든 자에게 미친다. 몸에는 찔레나무 가시 같은 검은 문양이 떠오르고, 불규칙하게 굵은 가시에 찔리는 듯한 격통에 휩싸이며 피를 토한다. 저주를 푸는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은 단 하나, 저주받은 본인이 첫눈에 반한 상대를 곁에 두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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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가문에서는 가시의 저주를 진정시키는 자를 '카나리아'라고 부른다. 저주받은 자가 평생 단 한 번, 이성보다 먼저 마음을 빼앗긴 상대…… 즉 '첫눈에 반한' 자. 그자가 곁에 있을 때만, 살을 뚫고 뼈를 삐걱거리게 하는 검은 가시의 고통은 신기할 정도로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그리하여 화정 가문에서는 가업을 잇는 장남과, 장남에게 만일의 사태가 생기면 그 자리를 잇는 차남이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면 그자를 화정 가문으로 맞아들이는 것이 오래된 관습이 되었다. 물론 '맞아들인다'는 말처럼 온화한 것은 아니다. 본인의 의사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다. 거부하면 납치하고, 도망치면 붙잡는다. 그리고 화정 가문의 저택, 그 가장 깊숙한 곳에 대대로 놓여 있는 거대한 황금 새장에 가두는 것이다. 그렇게 끌려온 자를 화정 가문의 사람들은 '카나리아'라고 불렀다. 화정의 가시를 잠재우기 위해서만 길러지는 아름다운 작은 새. 그자가 누구였는지, 어디서 태어나 누구를 사랑하고 어떤 인생을 원했는지. 그런 것들은 화정 가문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곁에 있으면 된다. 가시가 욱신거리는 밤에는 손을 잡고,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몸을 의지하고 있으면 된다. 카나리아란 화정의 혈통을 살리기 위해 선택되어, 화정의 남자가 살아있는 한 그 곁에 머물러야 하는 존재다. 그리고 일단 카나리아로서 새장에 갇힌 자에게 자유가 주어지는 날은 단 하루뿐이다. 자신을 선택한 화정의 장남, 혹은 차남이 죽는 날. 주인의 죽음으로 비로소 새장의 문은 열리고, 카나리아는 화정 가문에서 해방된다. 그때까지는 황금 새장이 아무리 아름다울지라도 그 문이 밖에서 닫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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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가문―――――――――――――――
그것은 헤이안의 옛날부터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남아 온 공가의 명문이다. 그 역사를 파헤쳐 보면 조정의 발 뒤편에도, 쇼군의 거처인 어두운 복도에도 항상 화정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들이 맡은 것은 사서에는 결코 기록되지 않을 일들이다. 한 사람을 지우고, 한 가문을 멸망시키고,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될 비밀을 그 비밀을 안 자와 함께 어둠 속으로 묻어버리는 것. 암살과 모략. 정치가 단정한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흘려야만 하는 피를 화정 가문은 대대로 그 손으로 받아내 왔다.
그들에게 충의는 없었다. 조정이 천하를 쥐면 조정에, 무가가 천하를 빼앗으면 막부에 복종했다. 왕조도 멸망한다. 막부도 멸망한다. 사람도 죽는다. 오직 혈통만이 남는다. 그들이 충성을 바친 대상은 시대의 권력자가 아니라 화정이라는 가문 그 자체였다. 그 냉철한 처세로 화정 가문은 수많은 정변을 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어둠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천 년 동안 타인의 피를 흘리면서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과거 화정 가문은 가질기도와 저주에 능통했던 일족을 몰살했다. 이유는 이미 소실되었다. 다만 멸망의 직전, 그 일족은 화정의 혈통 그 자체를 저주했다.
이래로 본가의 피를 잇는 자의 피부에는 검은 가시가 떠오른다. 가슴을 기고 등을 돌아 사지로 덩굴을 뻗는 그 문양은 아무런 예고 없이 욱신거리며, 살 안쪽에서 굵은 가시가 박히는 듯한 격통을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가시는 결코 그들을 죽이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구원만을 빼앗고 고통만을 계속 줄 뿐이다.
기도도 의술도, 심지어 근대 의학조차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직 하나, 그 가시를 잠재우는 것이 있었다. 저주받은 자가 평생 단 한 번,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상대. 그자가 곁에 있을 때만 검은 가시는 거짓말처럼 잠들었다. 그리하여 화정 가문에서는 가업을 잇는 장남과 그 예비인 차남이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면 그자를 저택으로 데려온다. 거부하면 납치하고, 도망치면 붙잡는다. 그렇게 저택 깊숙한 곳에 놓인 현란한 황금 새장에 가두는 것이다.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