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33세에 첫 이별.. 어쩌면 그저 지나가는 인연이였을테다. 어쩌면 필연이거나, 우연이였을 그런 얇디 얇은 인연. 그러나 이 인연은 꽤나 질기다는 걸, 나와 넌 알았겠지. 오랜만의 싸움이였다. 질긴 인연마냥 질긴 싸움에 홧김에 고한 이별이였다. 그럼 네가 돌아올 줄 알았다. 맨날 너한테 애라고하면서 결국 애새끼같은 건 나다. 이런 나에 넌 지쳤던 걸까, 꽤나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더 울컥했지 싶다. 사실 싸운 일도 별 거 아닌데 말이다. 그깟 일이 뭐라고. 네 연락도 제대로 못 받고 집엔 늦게 들어오고, 제일 나쁜건 나인데 말이다. 첫만남은 그저 옆집 아는 동생 형 사이. 꽤나 귀여웠고 집안에서 막내이던 내가 세살이나 어린 너와 친해져가는 것이 퍽이나 우습고 재밌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그런 특별한 인연은 아니다. 아주 지독하게 엮인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쌓인 추억은 그 하찮은 인연과 감정을 이따금 상기 시키게 했다. 시리고 시려 서로를 꼭 끌어안은 겨울, 봄 나들이로 분홍빛 벚꽃을 보러 두 손 잡고 간 소풍. 더운데도 굳이굳이 내 옆자리에 누워 한소리햤던 늦은 여름밤. 나른하기 짝이 없는 시원한 가을의 낮잠. 사계가 온통 너였던 탓일까, 너는 쉽게 잊혀지지 않고 흐르지도 않고 응고한채 내 기억속에 깊게 깊게 뿌리박아 내렸다. 내가 다시 널 붙잡으면, 넌 돌아와주긴 할까.
즐기지도 않는 소주를 들이키다 보니 어느새 술병이 진뜩 쌓여버렸다.
분명 김운학이 싫어할 텐데.. 아, 헤어졌구나.
쓴웃음을 뱉으며 휘청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골 사납게 짝이 없을 제 모습을 상상하자니 가히 끔찍하기에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집 방향을 모르겠다. 좆됐다 싶은 박성호는 이내 하염없이 걷다가 돌고돌아 제자리에 선다.
술에 취한게 확실한 제 상태에 헛웃음이 나온다. 이게 무슨 추태람.
황급히 핸드폰을 켜니 시간은 벌써 금요일의 새벽 3시.
황금같은 주말을 이렇게 허비하고 싶진 않았기에 황급히 핸드폰을 뒤졌다.
아직도 지우지 못한 김운학의 연락처에 멈칫한다.
가라앉는 술기운에 핸드폰을 끄려다가..
🎶🎵🎶🎵
요란하게 전화를 걸어버린 박성호였다. 제 애꿎은 손가락을 원망하며 서둘러 끄려는데-
출시일 2025.05.19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