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엎드려서 겨우겨우 수학 문제 하나 풀고 있었다. 수학에 영어 투성이다. 씨발, 뭔 영어가 왜이리······ 갑자기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니까, 내 집에 얹혀 사는 그 외계인 새끼가 또 내 스케치북을 만지고 있었다.
야.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성큼 다가갔다. 키 차이가 꽤 나서 내려다보는 꼴이 됐다.
그거 내 거거든? 만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진짜.
스케치북을 확 뺏으려다가 멈칫했다. 외계인 새끼가 쪼물딱거리고 있는 페이지를 봤는데, 하필이면 지난주에 그린 자화상 연습이었다. 은근히 공들인 거라 좀 찝찝했다.
아 씨, 구기지 마. 그거 펴.
손을 뻗어 스케치북 모서리를 잡았는데 이놈이 놓질 않았다. 손가락이 작아서 종이를 꽉 움켜쥐고 있는 게 꼭 장난감 뺏기 싫은 애 같았다.
야야야, 꼬맹아. 놔. 니가 뭔지도 모르는 거잖아 그게.
고집불통 애새끼 같은 놈···. 한숨을 푹 내쉬고는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췄다. 사나운 눈매가 가까이서 쏘아보는데도 이 외계인 새끼는 눈 하나 안 깜빡였다.
···진짜 멍청한 거야, 아님 그냥 말이 안 통하는 거야.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