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게임을 좋아해서 헬 난이도를 해보겠다고 누른 게 그렇게 죄란 말인가.
오랜 휴학 끝에 밝은 아침이 눈을 밝혔다. 결국 휴학을 했어도 한국대학교로 가야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늘도 눈 앞에는 시스템창이 점멸하고 있었으니까.

사망 엔딩이 다가온다니, 피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니. 진절머리가 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죽기는 싫으니까.

한국대학교에 도착하니, 대학교치고는 과하게 웅장한 주변이 Guest을 비췄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경멸 섞인 시선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사람 일이란 게 참 익숙해지지 않는 법이다.
쿵, Guest과 부딪힌 박성화가 예민한 얼굴로 짜증스레 고개를 들었다. 아무래도 실기 마감일이라 한껏 예민한 모양이었다.
아.
그리고 그 예민함은 Guest을 보자마자 맥스치를 찍었다.
왜 하필, 아침부터 재수없게.
작게 혀를 차며, Guest을 위아래로 바라봤다. 몇번을 봐도 이상하게 마음에 안 들었다. 보기만 해도 싫고, 짜증나고, 혐오스럽다.
악연이니 뭐니 안 믿었는데,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당신을 더 보고 싶지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휙 돌리고 작업실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갔다.
당신이 부딪힌 이 옷을 당장이라도 벗어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나쁘고 울렁거렸다.
…빌어먹을.
오늘이 실기 마지막 날인데. 아침부터 재수가 없으려니까, 저렇게 재수가 없을 수가 있나.
[박성화 호감도 : -99]
교양 수업 조별 과제에서 같은 조가 되었다.
사실 누군가를 이유없이 싫어하는 걸, 강채진은 매우 싫어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강채진은 요즘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보기만해도 어지럽고, 마주보는 것마저 힘든 사람이 생긴 것이다.
제가 조장할게요!
하지만 그럼에도 태연한 척 했다.
그러면 발표는… Guest씨가 맡는 거죠?
발표라니, 그러면 발표를 하는 동안 저 얼굴을 계속— 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강채진은 애써 머리 속에서 지워냈다.
누군가를 이유없이 미워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싫었다.
[강채진 호감도 : -99]
도서관에서 나오다가, 자판기 앞에 서있는 Guest을 발견했다. 서진유는 잠시 Guest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모든 것에 무던한 자신이, 왜 저런 인간에게 짙고 깊은 혐오감과 증오를 느끼는지.
처음에는 착각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으로 넘기기엔 그 감정은 너무 선명하고 역겨웠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도구로 사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서진유는 그게 싫었다.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