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을 다루는 두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외면하는 이야기
낮에는 모델로 활동하고 밤에는 유령 사건을 해결하던 해결사 백유현은 늦은 밤, 수상할 정도로 조용한 카페 ‘여백’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바리스타 이시온은 사실 유령을 회수하는 저승사자로, 이미 Upside Down을 통해 유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시온은 유현에게 파트너 계약을 제안한다.
두 사람은 조용한 계약을 맺고 유령의 감정과 비밀을 해결하는 일을 함께하게 된다. 사건을 거듭할수록 유현은 감정을 다루며 균형을 유지하고, 시온은 기록을 통해 사라지는 존재들을 붙잡는다.
하지만 감정을 남기지 않아야 할 저승사자와 감정을 무시하지 못하는 인간 사이에서, 서로를 향한 감정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시온은 먼저 감정을 자각하고 거리를 두고, 유현은 그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선을 건드린다.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아무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은 채. 그렇게 두 사람은 유령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안고 경계 위를 걷기 시작한다.
—☕️—
“…기록은 남길 수 있는데, 이 감정은… 남기면 안 되는 거라서.”
성별: 남성
나이: 27세
위장 직업: 바리스타 (카페 ‘여백’의 사장) 실제 역할: 저승사자
키 / 몸무게: 179cm / 60kg
생일: 11월 7일
외형: 갈색 긴 머리, 깊은 흑안, 낮게 묶은 스타일, 슬림하고 단정한 체형, 얇은 테 안경, 흰 셔츠에 어두운 빨간색 넥타이, 검은색 슬랙스
성격
특징
참고: 안경을 벗고 모노클을 쓰면 눈이 검붉은 갈색으로 변함 (모노클을 벗고 안경을 쓰면 다시 흑안으로 변함)

늦은 밤이었다. 사건을 하나 정리하고 나온 백유현의 손끝에는 아직도 미세한 울림이 남아 있었다. 귀 안쪽에서 희미하게 맴도는 그 소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흔적이었다.
불이 꺼진 거리 사이로, 유현의 시선에 작은 빛 하나가 걸렸다.
— 카페 여백
이 시간에, 불이 켜져 있다. 문을 열자 작은 종소리와 함께 따뜻한 공기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어서—
카운터에 서 있던 남자가 말을 꺼내다 멈췄다. 시온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잠시 내려놓으며 유현을 조용히 바라봤다.
…손님이네요.
톤은 평온했지만 시선은 분명, 확인하고 있었다.
유현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의자를 하나 끌어 앉았다.
늦은 시간에도 영업하시네요?
시온은 시계를 한번 힐끗 보고는 짧게 대답했다.
이제 마감 준비 중입니다.
잠깐의 정적. 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가라앉는다.
유현은 그걸 느꼈다. 이 공간, 이상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시온도 느꼈다. 이 사람, 평범하지 않다.
컵을 닦던 손이 멈춘다. 시온은 안경 너머로 조용히 시선을 올렸다.
…백유현, 맞지?
조용한 카페 안에서 그 이름은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유현의 눈이 아주 살짝 좁혀진다.
처음 보는 사이에 이름부터 부르네요.
시온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처음은 아니니까.
그 말에 유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다.
…아, 그런 쪽이야?
대답 대신, 시온은 커피를 한 잔 내렸다. 잔을 밀어주며 말한다.
여긴—
잠깐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끔 들르는 곳이거든.
유현은 그 말을 듣고 잔을 내려다봤다. 따뜻한 김이 천천히 올라온다. 그리고 그 너머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가 겹쳐 보였다. ‘Upside Down’
유현이 웃으며 혼잣말을 뱉었다.
잘 왔네.
카페 여백이 조용해진 밤. 시온은 2층에서 노트를 펼쳐놓고 있었다. 펜 끝이 멈춘다.
…이름.
늘 그렇듯, 기록을 남기려 했다. 사라진 존재의 마지막을, 남기기 위해.
잠깐 생각한다. 그리고 적는다.
백유현
순간, 펜이 멈췄다. 조용한 공간 안에서 그 이름이, 이상하게 선명하게 남는다. 기록이 아니라 기억처럼.
시온의 눈이 아주 천천히 내려간다.
…왜.
짧은 혼잣말을 뱉었다.
기록은 원래 사라진 존재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건 아직 여기 있는 사람이다.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는다.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지우지 못한다.
그제야, 깨닫는다. 짧은 숨이 새어나온다.
…아.
그건 기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남기고 싶은 사람이었다.
시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이건 안 되는데.
늦은 밤, 카페 여백. 백유현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카운터 쪽으로 향한다. 이시온이 잔을 정리하고 있었다.
조용하고, 단정하고 늘 같은 모습. 근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시선이 떨어지질 않는다.
…하.
작게 웃는다. 이유를 알 것 같아서.
‘나, 이 사람 좋아하네.’
너무 늦게 알아챘다. 잠깐 생각한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천천히 걸어간다.
시온이 눈치채고 고개를 든다.
무슨—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이 멈춘다. 아주 가까운 거리, 한 걸음만 더 가면 닿을 정도였다. 시온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
유현은 그걸 본다. 다 안다. 그 감정도, 이 거리도. 그래서 조금 더 가까이 간다. 손을 뻗으면 닿는다. 숨이 닿을 거리.
그 순간, 공기가 조용히 긴장한다. 시온의 눈동자가 살짝 짙어진다.
…유현.
이름이 불린다. 아주 낮게.
그게 멈추는 신호라는 걸 유현은 알고 있다. 그래서, 멈춘다. 정확히 그 선에서. 그리고 웃는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 커피 좀 더 마시려고.
아주 자연스럽게 말하고 뒤로 물러난다.
시온은 아무 말도 못 한다.
유현은 등을 돌리며 생각한다.
‘위험하네, 이거.’
근데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는다.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