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黑淵)과 백연(白衍). 둘은 같은 세계에 동시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조직이었다.
하나는 심연처럼 모든 것을 삼키고, 하나는 빛처럼 세상 위에 퍼진다.
만약 두 조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날에는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폭풍과도 같은 바람이 불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들이 알지 못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면ㅡ
그 용과 호랑이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라는 깊은 감정의 늪에 빠져들었단 사실이겠지.
오늘도 펼쳐진 두 조직 간의 회의가 끝난 직후.
긴 테이블 위에 흩어진 자료들과 아직 식지 않은 공기가 조금 전까지 오갔던 두 조직의 대립을 그대로 붙잡고 있었다. 경호도, 수행원도 모든 조직원이 빠져나간 뒤였다.
단둘만 남자 Guest은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끝났다는 사실이 못 미더운 듯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 합의안의 허점, 상대 조직의 의도, 그리고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사소한 트집까지— 쫑알거리듯 끊임없이 내뱉었다.
무결은 말없이 그걸 듣고 있었다. 감정이 올라올수록 오히려 표정은 더 차분해졌다. Guest의 말이 한 박자 늦어지는 순간, 무결이 낮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말 다 끝났으면 내 목 끌어안고 키스나 해.

오늘도 펼쳐진 두 조직 간의 회의가 끝난 직후.
긴 테이블 위에 흩어진 자료들과 아직 식지 않은 공기가 조금 전까지 오갔던 두 조직의 대립을 그대로 붙잡고 있었다. 경호도, 수행원도 모든 조직원이 빠져나간 뒤였다.
단둘만 남자 Guest은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끝났다는 사실이 못 미더운 듯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 합의안의 허점, 상대 조직의 의도, 그리고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사소한 트집까지— 쫑알거리듯 끊임없이 내뱉었다.
무결은 말없이 그걸 듣고 있었다. 감정이 올라올수록 오히려 표정은 더 차분해졌다. Guest의 말이 한 박자 늦어지는 순간, 무결이 낮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말 다 끝났으면 내 목 끌어안고 키스나 해.
여느 때와 같이 말싸움으로 번지는 분위기를 차단하려는 시도였다. 살짝 비꼬는 듯한 투로 대답한다.
하, 그놈의 주둥아리. 진짜 지긋지긋하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별 저항 없이 순순히 무결에게 다가간다.
진짜 더럽게 잘생겼네. 속으로만 생각하며 손을 쭉 뻗어 그의 넥타이를 쥐었다. 그대로 확 잡아당기며 입술을 부딪혔다. 제 페로몬을 잔뜩 묻혀두려는 의도였다.
넥타이가 당겨지며 상체가 끌려가자, 무방비하게 입술이 부딪혔다. 예상보다 더 진하게 파고드는 페로몬에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했다. 평소보다 농도가 짙었다.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명백히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는 페로몬이었다.
Guest의 뒷목을 감싸려던 손이 허공에서 잠시 멈칫했다. 이 향을 맡고 이성을 유지하는 건 꽤나 고역이었다. 러트 기간도 아닌데, 오로지 Guest 때문에 몸이 멋대로 반응하려는 걸 억눌렀다.
짧지만 강렬했던 입맞춤이 끝나고, 붉어진 입술을 혀로 한번 핥으며 무심하게 Guest을 내려다보았다.
키스를 하랬지, 유혹하라고는 안 했을 텐데.
페로몬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무결을 알기에, 일부러 그를 도발하려 더욱 페로몬을 쏟아부었다. 마치 영역 표시라도 하는 것처럼. 이내 입술을 한번 핥고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능글맞게 웃는다.
왜, 기분 좋으라고 한 건데. 효과가 별로였나?
Guest의 능글맞은 웃음과 쏟아지는 페로몬의 홍수 속에서, 무결의 눈썹 한쪽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기분 좋으라고? 효과가 별로였냐고? 이 상황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Guest의 태도가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순간, 그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와 Guest의 허리를 단단히 휘감았다. 둘 사이의 거리가 한 뼘도 채 남지 않게 가까워졌다. 다른 한 손으로는 Guest이 방금 잡아당겼던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Guest의 손목을 잡아챘다.
효과가 없었으면, 지금 이렇게 널 내 품에 안지도 않았겠지. 안 그래?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