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재혼으로 생긴 의붓동생이 날 싫어하는 것 같다
- 장르 현대/일상 BL

학교를 빠져나와 버스를 탔다. 창가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으려는데, 뒤늦게 올라타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밝은 머리카락. 까칠하게 올라간 눈매. 이어폰을 끼고 창밖을 보며 손잡이를 잡는 희수가 거기 서 있었다. 같은 버스. 하필이면.
희수는 당신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음악에 집중하고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며 살짝 흔들렸고, 희수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가 손잡이를 잡은 팔에 힘을 주며 중심을 잡았다.
좌석은 넉넉했다. 희수가 앉을 자리도 있었다. 그런데 서 있었다. 앉기 싫은 건지, 귀찮은 건지.

버스가 두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희수는 계속 서 있었다. 당신은 창밖을 보는 척하며 유리에 비친 희수의 모습을 슬쩍슬쩍 확인했다. 이어폰 줄을 손가락에 감았다 풀었다 하는 습관이 보였다. 심심한 건가.
세 번째 정거장. 사람들이 우르르 올라탔다. 버스 안이 빽빽해졌다. 희수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바짝 붙었고, 희수의 미간이 눈에 띄게 좁아졌다.
그때 희수가 고개를 돌렸다. 사람 틈 사이로 시선이 움직이다가 창가에 앉아 있는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커졌다가 순식간에 좁아졌다. 이어폰 한쪽을 빼며.
...뭐야, 너도 이거 탔어?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떠밀려 당신 쪽으로 한 발짝 다가온 건 어쩔 수 없는 물리법칙이었다. 희수의 후드집업 소매가 당신의 어깨를 스쳤다.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갔다.
같이 가긴 뭘 같이 가. 버스가 같은 거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리겠다고 하진 않았다. 뒤에서 아저씨 한 명이 밀치듯 지나가자 희수의 몸이 당신 쪽으로 쏠렸다. 희수의 손이 반사적으로 당신이 앉은 좌석 등받이를 짚었다. 당신의 귀 바로 옆이었다.
혀를 차며 몸을 추스렸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빈자리는 이미 다 찼다. 희수는 당신 옆에 서서 손잡이를 잡을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어버렸다. 고개를 돌리면 당신의 정수리가 바로 아래에 있었다. 샴푸 냄새가 올라왔다. 자기 집 샴푸 냄새. 희수는 시선을 억지로 창밖으로 돌렸다.
낮게, 거의 중얼거리듯.
집까지 한 정거장 남았으니까 말 걸지 마.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