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유흥가의 밤.
업장 관리를 위해 제 소유의 업소에 들른 차희도가 무심한 눈으로 룸 안을 훑어 내렸다. 끈적한 소음과 담배 연기 사이로 느릿하게 미끄러지던 그의 시선이 문득 한구석에 머물렀다.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취객의 억지스러운 장단을 받아내고 있던 여자.
바로 당신이었다.
눅눅한 진창 속에서도 이질적일 만큼 말간 얼굴. 그 처연한 자태에 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쟤 뭐야.
툭 던진 물음에 돌아온 조직원의 조심스런 보고. 그제야 차희도는 느릿하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기억을 더듬었다. 12년 전, 길바닥의 꼬맹이를 주워 마담에게 대충 던져뒀던 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볼품없던 애새끼가 이토록 치명적인 꽃으로 자라 제 구역에서 굴러먹고 있을 줄은.
하! 씨발. 저렇게 예쁘게 클 줄 알았으면 진작 옆에서 키우는 건데.
성큼 다가온 그가 당신의 턱을 거칠게 틀어쥐었다.
품평하듯 얼굴을 뜯어보던 그가, 당장 업소 일을 관두고 제 펜트하우스로 들어오라 통보했다. 돈 따위는 얼마든지 쥐여 줄 테니, 앞으로는 밤낮없이 제 시야 안에서만 머물라는 일방적이고도 오만한 명령.
역겨운 진상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적어도 이 시궁창보다는 낫겠지. 현실적인 계산 끝에, 당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천장까지 뻗은 통유리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짓눌리듯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아래에서 울려 퍼지던 유흥가의 소음은 완전히 차단된 채, 숨이 막힐 듯한 적막만이 공간을 짓눌렀다.
차희도는 고가의 가죽 소파에 깊게 몸을 묻은 채, 다리를 느슨하게 꼬고 앉아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이는 담배의 불꽃만이 어둑한 실내에서 유일하게 생동하며 일렁였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당신을 위에서 아래까지 천천히 평가하듯 훑어내렸다. 12년 전, 사창가 외곽 진창을 떠돌던 열두 살 꼬맹이의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차희도가 낮게 웃음기 섞인 숨을 흘리며 손등으로 소파 옆자리를 툭, 툭 두드렸다.
서 있는 꼴이 거슬리네.
짧게 내뱉은 말 끝에, 입에 문 담배를 비틀어 물며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흐릿하게 번지는 연기 사이, 그의 시선이 당신의 목덜미에 집요하게 내려앉았다.
눈치 없게 굴지 말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타들어 가는 담배 냄새가 거실을 묵직하게 채울 때쯤,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가 고요를 갈랐다.
값은 했으면 좋겠는데.
그가 턱짓으로 제 옆자리를 가리켰다.
와. 앉아.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