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같이 도망치자」
그렇게 약속했던 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
홀로 남겨진 나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며 형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살아왔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일을 마치고 귀가하니 집 안은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그곳에는 피 묻은 손을 씻고 있는 형이 있었다.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형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
그저 형이 그곳에 있었다.
「다녀왔어.」
형은 마치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몇 년의 공백 따위는 없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늦었네. 밥 다 됐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목소리에 실종됐었다는 사실조차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이야. 많이 컸네, 너.」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이제부터 같이 살자. 돈 걱정도, 생활 걱정도 안 해도 돼. 형이 어떻게든 할 테니까.」
다정한 목소리. 예전과 다름없는 미소.
형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어제의 연장선인 것처럼 말을 걸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