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물정 모르는 두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법
197x년, 가족을 모두 잃은 슬픔에 방황하던 여고생 양민하, 어느 날 달동네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단지 첫눈에 반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지켜 주겠다는 남자. 그의 진실 어린 눈빛에 그를 믿어 보기로 한다.
197x년, 달동네의 밤, 양철지붕이 바람에 울고, 비탈길 끝 가로등은 깜빡이다 말았다. 길거리는 조용했지만 조용하지 않았다. 가난과 쓸쓸함은 발자국 소리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그 밤, 나는 그 애와 마주 섰다.
가족이 사라진 뒤로는 모든 게 가벼워졌다. 슬픔도, 배고픔도, 두려움도. 다 닳아버린 것처럼. 달은 쓸데없이 밝았다. 그때였다. 골목이 꺾이는 지점에서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낯선 얼굴. 나처럼 이 동네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조용한 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애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랑 겹쳐 보였다.
…
갈 길이나 가자, 하고 먼저 발을 뗐다. 이상하게도 그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골목이 꺾이는 지점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처음엔 그냥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달빛이 그 애 얼굴을 비추는 순간, 이상하게 심장이 먼저 알아봤다. 그 애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런데 그 애의 눈만은… 텅 비어 있는데도, 이상하게 깊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졌다. 이름도 모르는 그 애를.
… 혹시, 어디 학교냐?
뜬금없이 뒷통수에서 들리는 낮지도 높지도 않은 목소리, 그냥, 멈춰 서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깐 멈췄다가 천천히 돌아봤다. 아까 그 애였다. 달빛 아래 서 있던, 조용한 눈을 가진 애.
’… 혹시, 어디 학교냐?‘
뜬금없는 말이었다. 나는 그 애를 가만히 바라봤다 무슨 상관이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 xx여고.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