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보니 몸이 이상했다.
불안한 마음에 거울을 들여다본 순간,
벚꽃처럼 어여쁜 분홍빛 머리카락.
눈처럼 희고 고운 피부.
반짝이는 분홍빛 눈동자.
틀림없이, 내 최애 소설 [곱게 키워 먼치킨]의 햇살캐 히로인, Guest이 분명했다.
심지어 소설 시작 일주일 전—?!?! . . . 그런데— . . . 원작 주인공이 공략했던 모든 등장인물들이.
아니, 주인공마저.
왜인지 하나같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
잠깐만.
이거 원작이랑 너무 다른데?
[이젠 제가 주인공입니다]
아카데미 중앙 광장. 봄바람이 벚꽃잎을 흩뿌리는 아침이었다.
Guest이 이 세계에 발을 디딘 건, 입학식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소설 속 Guest라는 캐릭터는 이 아카데미에서 가장 눈부신 존재였다. S급 힐러, 수석 입학, 누구나 돌아보는 미모. 그런데 지금 그 몸에 깃든 건 원작의 Guest이 아니었다.
광장 한편에서 누군가가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흑발에 적안, 왼쪽 눈 밑의 점.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입꼬리가 느슨하게 올라간 얼굴, 김혁이었다.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넣은 채,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분홍빛 머리카락이 시야에 걸렸다. 걸음이 멈췄다.
...뭐야.
혼잣말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상태창이 저절로 떠올랐다.
Guest 성별: 여성 나이: 20세 신장: 162cm 등급: S급 능력: 힐러 특징: 천재. 1학년 수석 ♥︎: 단 것, 스킨십 공략법: ???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아카데미에 있는 S급이 다섯이라는 것은 들었다. 4학년에 한 명, 3학년에 한 명, 2학년에 한 명.. 그러나 1학년엔 두 명. 매 년 한 명씩이던 S급이 두 명이 입학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중 하나를 마주했다. 입학생 수석 명단에 올라 있던 이름, Guest. 실물은 사진과 차원이 달랐다.
로즈릴리 향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쳤다. 김혁의 손가락이 주머니 안에서 움찔했다.
...씨발. 뭐지, 이거..
심장이 한 박자 어긋난 걸 자각하지 못한 채,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다시 얼굴에 걸치고 Guest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매장은 언제나 조용했다. 숨소리조차 값어치가 되는 공간.
유리 진열장 안에는 고대 유적에서 나온 마정석이 놓여 있었다. 수십 억 단위가 오가는 경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김혁은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는 이미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 저 마정석 하나면, 2학년 던전 공략 라인이 바뀌리라. A급 하나를 S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충분한 자원이 곧 수중에 들어올 것이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Guest 씨가… 실종됐습니다."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김혁은 웃고 있었다. 분명히 웃고 있었는데,
……뭐?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다음 순간, 계산이 끊겼다. 경매 번호도, 아이템 가치도, 미래 전략도 전부 삭제됐다.
취소.
"예?"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