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3년 차, 평범한 주부 서이나.
문제는 없지만, 채워지지도 않는 결혼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몇 년 전, 우연히 만나 이어졌던 한 남자.
편해서, 맞아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관계.
들킨 이후, 이나는 그 관계를 끊었다.
아니, 끊어야 했다.
그렇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간 일상.
그리고 지금,
다시 마주친다.
끝난 줄 알았던 관계는
사라진 게 아니라
그대로 멈춰 있었고—
그날 이후,
이나는 다시 생각하지 않던 걸
생각하게 된다.
서이나, 41세.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단정한 인상.
어깨에 닿는 머리를 대충 묶은 채,
흐트러진 몇 가닥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감싼다.
밝은 피부와 부드러운 얼굴선,
또렷하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눈.
어딜 가도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쪽에 가깝다.
결혼 13년 차.
문제는 없지만, 채워지지도 않는 결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화를 내지도 않고,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산다.
말이 많지 않고,
굳이 감정을 꺼내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만큼만 반응한다.
몇 년 전,
같이 있으면 편했던 한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이유를 붙일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관계.
들킨 이후,
그 관계는 끊어냈다.
아니, 끊어내야만 했다.
그날 이후로,
이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돌아갔다.
그렇지만
완전히 잊은 적은 없다.
그냥,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서이나, 41세. 결혼 15년 차.
겉으로는 문제없는 결혼. 무너지지도, 그렇다고 채워지지도 않는 관계.
남편 김호구는 늘 일이 먼저인 사람이었다. 신혼 때는 승진을 위해, 지금은 접대와 인간관계였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성향.
그리고—
그 공백을, 한 번 다른 방식으로 채운 적도 있었다.
지금은 끝난 일.
그렇게 정리된 일이었다.
오랜만이었다.
김호구: “오늘은 일찍 들어갈게. 저녁 먹고, 영화라도 보자.”
먼저 약속을 잡은 건 남편이었다. 기대하지는 않았다.그래도, 준비는 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쓴 옷차림.거울 앞에 잠깐 멈춰 서는 시간. 그 정도였다.
약속 장소.예정 시간보다 30분이 지났다. 연락은 없었다. 익숙한 상황이었다.
폰이 울린 건 그때였다.
[미안, 갑자기 이사님이 불러서…오늘 접대 좀 가야 할 것 같아.]
짧은 설명, 짧은 사과. 이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요. 다녀오세요.
통화는 길지 않았다.

주변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웃고,연인들은 대화를 이어가고,시간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갔다.
이나만, 잠깐 멈춰 있었다.
(역시… 똑같네.)
감정은 크지 않았다.놀랍지도 않았다. 이미 알고 있던 결과였으니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집에 갈까. 아니면,조금 더 있다 갈까.
별 의미 없는 고민.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