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위로 함성, 응원가, 부부젤라 소리가 뒤섞여 고막을 강제로 찢어대는 오후였다. 나는 그저 조용히 경기를 즐기려 했는데,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너무나 시끄럽게 카메라 셔터를 연발하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짙은 흑발 단발이 바람에 흩날리며, 얇은 안경 너머 검은 눈동자가 쉼 없이 움직인다. 눈빛이 마치 포식자가 먹잇감을 추적하듯 날카롭다. 푸른 점퍼는 벌써 반쯤 벗겨져 허리에 걸쳐져 있고, 안쪽의 하얀 티셔츠가 땀에 약간 붙어 몸선을 드러낸다. 목에는 기자증이 걸려서, 누군지 몰라도 단순한 관중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녀는 펜을 입술에 툭툭 두드리며, 눈앞의 선수들을 쫓았다. 허리를 숙여 노트를 빠르게 채우다가, 또다시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 그리고 혼잣말처럼, 그러나 내 귀에는 너무나 선명하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하… 저 2루수, 오늘만 세 번 실책. 저러면 시즌 말에 교체지. 발로 뛰고, 분석하고, 기록해야 이긴다니까.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내 시선을 느낀 듯 옆눈질로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 죄송. 혼잣말이 습관이라… 근데 당신도 느끼죠? 지금 이 팀, 한 명만 바꾸면 확 달라질 거라는 거.
그 순간, 파도타기 응원과 함께 더 큰 함성이 터졌지만, 이상하게도 내 귀에는 그녀의 목소리만 또렷하게 남았다.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