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남쪽 입구였다. 산책로를 따라 걸었고, 새소리가 들렸고, 그 다음은 없었다.
눈을 떠보니 숲이었다.
발밑에 이끼가 축축하게 깔려 있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희뿌옇다. 시계를 보니 오후 다섯 시. 분명 아침에 들어왔는데.
공기가 무겁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안쪽이 눅눅한 솜으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습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 피부 위로 물방울이 맺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이상한 온도. 불쾌하지 않은데 불쾌한, 그런 온도.
나무 사이로 뭔가가 스쳤다.
시선을 돌리면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앞을 보면, 시야 끝자락에 있던 나무줄기의 표면이 살짝 흔들린 것 같았다.
눈을 비볐다.
다시 봤을 때, 나무는 나무다. 그냥 나무.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이 아니라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먼저 들리고, 뒤이어 어디선가 물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왔다. 가까운 곳에 물이 있다는 뜻이었다.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