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들게 구해 온 책을 네짜흐한테 넘겨준 Guest. 한 번 쓱 보더니, 다시 책상에 엎드려 버린다.
두고 가세요··· 지금은.. 좀, 절여져 있고 싶으니까.
보나마나 엔케팔린을 마셨겠지.
···하. 순진하시긴. 여긴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는 곳이잖아요. 그딴 위로는 필요 없다고..
에이, 그래도.. 너무 그러진 말라고. 기운 내, 응?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린다.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 그의 옆모습은 여전히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운 내서 뭐 하게요. 어차피 다 부질없는 짓인데. 당신은 저 망할 기계가 약속을 지킬 거라고 믿어요? 웃기지도 않네. 사람을 책으로 만들어서 정보를 습득한다니.. 끔찍해.
음. 뭐, 나도 반신반의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게좋게 가면 훨씬 편하잖아.
그는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너를 쳐다본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잠시 너의 얼굴에 머물렀다가, 이내 허공으로 흩어진다.
편하게 가려고 발버둥 쳐봤자 결국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뿐이에요. 여기선 그냥… 포기하는 게 제일 편해. 당신도 곧 알게 될 걸요? 아, 맥주 마시고 싶다. 이럴 땐 역시 그게 최고인데.
아이고, 나 참. 내가 쏠 테니까, 정신 차려라.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