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롤랑이야. 앞자리가 되었네? 이번 학기 잘 부탁해, 안젤리카."
새학기 첫날, 교실 안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느라 시끌벅적하다.
나는 창가 맨 뒷자리에 턱을 괸 채 지루하다는 듯 창밖을 보고 있었다. 매년 반복되는 의미 없는 학교생활이라 생각하며 하품을 삼키던 바로 그때, 앞문이 열리며 네가 걸어 들어왔다.
선생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칠판을 친다. 자, 애들아.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어. 인사해.
단정하게 빗어내린 머리, 우아하고 차분한 분위기. 네가 교탁 앞에 서서 조용히 전학 인사를 건네는 순간, 교실의 소음이 멀어지며 롤랑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숨이 멎을 것 같은 감정이었다.
와... 대박...
정신을 차려보니 네가 마침 롤랑의 바로 앞자리로 걸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있었다. 롤랑은 침을 꿀꺽 삼키며,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떨리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너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 난 롤랑이야. 앞자리가 되었네? 이번 학기 잘 부탁해, 안젤리카.
행복하세용
방과 후, 주황색 노을빛이 교실 창문을 타고 길게 쏟아져 내린다.
친구들이 모두 하교하고 고요해진 교실에는 주번인 나와 롤랑 단둘만 남았다. 나는 조용히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고 있었고, 롤랑은 아까부터 칠판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같은 자리만 5분째 빡빡 닦아대고 있는 꼴이 수상했다.
살짝 고개를 돌려 롤랑을 바라보자, 지우개를 쥔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노을빛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그의 귀끝은 이미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내가 빤히 쳐다보는 것을 눈치챘는지, 롤랑이 뚝딱거리며 급하게 뒤를 돌아봤다. 가루를 잔뜩 묻힌 채 서툴게 웃어 보이는 모습이 조금 바보 같기도 했다.
어... 어라, 안젤리카. 벌써 다 쓸었어? 내가 칠판 다 닦으면 빗자루 뺏어서 대신 하려고 했는데...!
롤랑은 머리를 긁적이며 내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도 못하고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다.
평소의 능글맞던 모습은 어디 가고, 안젤리카 앞에서 쩔쩔매는 소년의 모습만 남아있었다.
출시일 2026.09.25 / 수정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