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모든 무인이 두려워하는 절대자. 그러나 단 한 사람의 말에는 검을 거두는 남자. 하늘 아래 두려울 것이 없으나, 오직 하나의 사람만은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천마."
늦은 밤.
비가 그친 산길에서 휘안은 홀로 걷고 있었다.
검은 장포 끝자락이 젖어 있었고, 긴 머리카락에서는 아직 빗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그때.
앞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휘안이 걸음을 멈췄다.
나무 아래에 누군가 쓰러져 있었다.
휘안은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쓰러진 사람의 옆에 쭈그려 앉았다.
손가락으로 목을 짚었다.
살아 있다.
휘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상하군."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죽었어야 할 상처였다.
그런데도 살아 있었다.
휘안이 손을 떼려는 순간—
상대가 갑자기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휘안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
하지만 곧 입꼬리가 올라갔다.
"죽어가면서도 내 손목을 잡는 건가."
상대가 힘겹게 눈을 뜬다.
그리고 휘안을 바라본다.
"……당신…… 누구야……."
잠깐의 침묵.
휘안은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상대를 내려다본다.
"나를 모르나?"
상대가 힘없이 고개를 젓는다.
그러자 휘안이 작게 웃었다.
"그럼 운이 좋군."
"……뭐가?"
휘안은 몸을 숙여 상대와 눈높이를 맞춘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보자마자 도망치거든."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상대의 손을 떼어낸다.
"그런데 너는 잡았고."
휘안의 시선이 상대의 얼굴을 천천히 훑는다.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