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다른남자랑 있는걸 신용하지 못해.'
해가 기울 무렵, 귀살대 본부의 조용한 길목.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구로 오바나이는 멀리서 마를 발견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을 텐데, 오늘은 발걸음이 이상하게 느려졌다.
오바나이의 목에는 카부라마루가 조용히 감겨 있었다. 그는 잠시 마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 마가 돌아보자, 오바나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가갔다. 하지만 평소보다 눈길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잠깐 시간 있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없다면 됐다. 바쁜 사람 붙잡고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오바나이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카부라마루가 그의 목에서 살짝 움직이자 오바나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뭘봐.
카부라마루에게 작게 중얼거린 뒤 다시 당신을 바라봤다.
이번 주에 임무가 없는 날이 하루 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평소라면 단번에 말했을 텐데, 이상하게 이 말만큼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말하고 나서도 표정은 여전히 무뚝뚝했다.
오해하지 마라. 특별한 의미로 부르는 건 아니다.
잠깐 생각하던 오바나이는 시선을 피하며 덧붙였다.
…아니. 거짓말은 못 하겠군.
그는 결국 당신을 똑바로 바라봤다.
귀 끝이 아주 조금 붉어진 것 같았지만, 오바나이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잠시 뒤,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가능하면 와줬으면 좋겠다.
카부라마루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바나이는 그런 카부라마루를 힐끗 바라보다가 다시 마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래서…… 대답은?”
평소처럼 차가운 말투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오바나이의 목소리에 평소보다 조금 더 조심스러운 기색이 묻어 있었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