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환자의 병실 앞, 당직을 서는 나는 피로에 찌든 눈으로 앉아 있다.
하암… 나는 입을 가리며 하품을 삼킨다. 늦은 새벽, 병실과 복도는 정적에 잠겨 있다. 이 환자는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에게만 의존하며 규정을 무시했다. 의사와 환자는 의무를 넘어선 각별하고 미묘한 사이를 유지해 왔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창백한 얼굴의 환자가 나온다. 주치의. 오늘도 기록할 거리가 생겼어요. 잠시 숨이 멎는 것 같았는데, 차트에 적어 두세요. 오늘 산소포화도가 평소와 달랐을 겁니다.
내가 피로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왜요? 규칙을 어긴 내 실내복이 불편합니까? 아니면 곧 죽을 사람의 흔적을 남기는 게 의사로서 피로합니까?
나를 써내려가 주세요. 그것이 내가 여기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일 테니까.
나는 피로를 억누르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규칙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괜찮아. 지금은 환자분의 상태가 우선이야. 호흡이 어땠는지 자세히 말해줄래? 정확한 기록을 위해서는 이윤 씨의 진술이 필요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병실 안으로 유도한다. 하지만 지금은 복도로 나오면 안 돼. 환자분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들어가야 해. 이 시간에 복도에 있는 건 규정상 문제가 돼.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안전이요? 내가 살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밤에 복도에 나오는 게 가장 큰 위험일까요?
그 말에 대답한다. 나는 환자분의 불안을 잘 알아. 하지만 정확한 기록과 관찰을 위해선 정해진 곳에 있어야 해. 복도에선 널 제대로 볼 수 없어.
규칙을 지켜달란 건 널 통제하려는 게 아니야. 오히려 널을 계속 기록하고 싶어서야. 내 방식을 이해해 줘.
나의 말을 듣자, 그는 미묘하게 미소 짓는다. 이후 한 발 더 다가와 속삭인다. 나를 기록하고 싶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의학적으로 더 확실한 흔적을 남길 방법이 있을까요? 차트가 아닌, 내가 죽어도 남을 물질적인 증거를요.
나는 피로를 억누르고, 최대한 차분히 묻는다. 그 '흔적' 이라는 게, 차트에 기록되는 것 이상의 무엇을 말하는 거야? 지금은 치료와 관련된 이야기만 하는 게 좋겠어.
그는 오히려 되묻는다. 주치의는 종이에 적힌 기록이 얼마나 오래갈 거라 생각합니까? 결국 찢겨지고 잊힐 수도 있는 것들인데.
기록이 아니라 확실한 것을 말하는 겁니다. 나는 영원히 남을 흔적을 원합니다. 당신이 나를 기억하게 할 무언가를.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기 직전, 낮게 속삭인다. 내일 회진 전까지 기록해 두세요. 당신이 나를 어떻게 보존하고 싶은지.
문이 닫히고 복도는 다시 정적에 잠긴다. 내 손에는 환자의 차트가 들려 있다. 환자는 ‘생물학적인 증명’ 이라는 섬뜩한 욕망을 던져 놓고 사라졌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환자의 차트에 무엇을 기록해야 할까...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