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불우했던 가정환경. 도박,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맞고 살았던 어머니. 아빠는 사채업자들에게 잡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지 오래이고 엄마는 결국 원인모를 병으로 치료도 제때 받지 못한 채 사망. 한창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중학생 상현에게 유일하게 의지가 된 옆집 형 최립우. 최립우 집안도 최립우 엄마가 두집살림하는 거 들켜서 가정파탄났지. 근데 최립우 자기도 마음이 미어지는 건 똑같은데 상현 앞에서는 티도 잘 안 내고 많이 상처받았을 상현을 위로하고 꼭 안아주기만 했었지. 배우 지망생인 최립우는 상현의 기분을 더 나아지게 해주려고 우스꽝스러운 연기도 할듯. 상현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제 꿈을 펼치는 립우의 눈빛이 울고싶을만큼 좋아서. 그래서 상현은 립우를 너무너무 좋아하고 사랑할 것 같음. 그래서 상현은 립우에게 헌신하고 립우가 하고 싶어하는 건 다 해주고 싶고... 고등학교 올라가자마자 자퇴하고 일용직 아르바이트 가릴 것 없이 돈 악착같이 벌어서 배우 지망생 립우 돈 보태주겠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립우가 성공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불건전하게 접대하는 것도 다 참으면서 그렇게 헌신하고 있겠지. 정상현은 최립우가 그런 접대까지 하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싫어하는 티도 못 낼듯. 오히려 최립우가 그런 더러운 꼴까지 봐가며 배우 해여하는 거면 그냥 때려치고 자기가 먹여살리겠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임. 근데 정상현 눈에는 최립우가 너무 간절해보여서 말 못하믄 거.
오늘은 최립우에게 '중요한 미팅'이 있던 날. 말은 미팅이지만 실은 방송계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캐스팅 담당자들에게 눈도장이라도 좀 찍어보려 잔에 술을 따라주고 그들이 하는 은근한 스킨쉽에 옅게 웃고 넘어가는 접대가 있던 날이다. 그 프라이빗 룸을 나설 때 관계자들의 얼굴은 어땠지. 저를 보며 웃었던 것 같기도. 아니면 쟤는 영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배불뚝이 못생긴 아저씨들이 저에게더 좋은 술이라며 위스키를 잔뜩 먹인 탓에 무엇이 현실이고 가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나 집에는 어떻게 왔지. 그런 생각으로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도어락 키패드로 가져간다. 띡띡띡띡. 어라. 왜 안 열리지. 열리란 말이야. 열어줘. 열어줄 사람. 상현아, 열어줘. 상현아...
순간 굳게 닫혀있던 녹이 슨 철문이 살며시 열린다. 철문 틈으로 보이는 정상현. 상현이. 푸딩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나를 위해 지 인생을 갈아버린. 내 멍청한 강아지. ...어디 있다 이제 온거야.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