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은 언제나 하나의 욕망을 향해 나아갔다.
고통을 줄이고, 자연을 부리며, 끝내 그 위에 서는 것.
그러나 인간은 생존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자연에 적응하는 대신 자연을 바꾸고, 그 일부가 아닌 주인이 되고자 했다.
문명이 어렸던 시절,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번개와 지진,
폭풍과 홍수,
예고 없이 생명을 앗아 가는 역병.
인간은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것에 하나의 이름을 붙였다.

천둥은 분노였고, 풍요는 축복이었으며, 가뭄과 병은 형벌이었다.
알지 못했기에 두려웠고, 두려웠기에 무릎을 꿇었다.
미지는 지식이 되었고,
지식은 기술이 되었으며,
기술은 기적을 대신했다.
인간은 생명을 설계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지성을 만들었다.
우주에 발을 디뎠으며, 마침내 늙음과 죽음에까지 손을 뻗었다.
석기에서 출발한 문명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인간의 손에 죽은 신들과, 신 없이 남겨진 세계의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신들과 달리,
이 세계의 신들은 실체를 지닌 존재였다.
폭풍 속을 거닐고,
화산 아래에서 잠들었으며,
때로는 짐승이나 인간의 모습을 취했다.
과학이 신비를 밀어내자 인간은 깨달았다.
신조차 관측하고 추적할 수 있는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모습은 감추어도 흔적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인간은 그 흔적을 쫓았고,
마침내 신의 육체를 옭아매는 무기를 만들어 냈다.

흔적을 쫓고,
작살로 붙잡고,
지칠 때까지 몰아붙인 뒤 숨통을 끊었다.
신이라 불리던 존재도 결국 사냥당하는 거대한 짐승이었다.
신들은 죄인을 골라 벌하지도, 선한 자를 골라 축복하지도 않았다.
폭풍과 풍요, 가뭄과 역병은 누구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죽은 신의 몸에는 권능이 응축된 결정체가 남았다.
코어와 결합한 인간에게는 신의 힘이 손에 쥐어졌다.
선택받은 자는 없었다.
저 찾아내고, 손에 넣고, 빼앗은 자가 있었을 뿐이었다.

불은 원하는 곳을 태웠고,
비는 지키고 싶은 땅에만 내렸다.
역병과 정의, 생명마저 인간의 욕망을 따랐다.
인간은 신을 죽여 고통을 없앤 것이 아니었다.

화염, 화산, 뇌우, 물, 얼음, 지진,
역병, 지혜, 힘, 정의, 생명.
열한 계통의 코어와, 모든 권능의 시작이라 불리는 열두 번째—
그러나 근원 코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새로운 세계의 주인은 신을 죽인 무기를 만들고 대다수의 코어를 차지한 베일그룹이었다.
이에 맞서 여명교단은 인간의 신력 계승을 거부했고,
흑철 반란군은 코어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자들을 모았다.
그리고 최근, 베일그룹의 깊은 곳에서 소문이 새어 나왔다.
그들이 코어들을 모아,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것은 신의 힘이 인간의 손에 주어진 세계의 이야기다.
대다수의 코어들을 쟁취한 베일그룹은 코어의 능력으로 수도 라헨을 자연과 첨단 문명이 어우러진 도시로 바꾸었다.

...반면 신들이 머물던 지역은 코어를 빼앗긴 채 방치되었다.
재난과 재해의 위협이 사라졌지만, 신이 내리던 축복도 함께 끊겼다. 베일그룹의 관심 밖에 놓인 그곳은 무법지대로 변했다.
그러나 최근, 베일그룹이 코어들로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백무진 회장은 믿음직한 요원인 Guest과 강시혁에게 임무를 내렸다.
‘좌표에 있는 금속 케이스를 회수하라.’
내용물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주어진 것은 좌표와 회수 명령, 발설 금지 지시뿐이었다.
임무지는 신멸 이후 삼십 년간 봉쇄된....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