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순간, 이유도 없이 시선이 머물렀다.
대학교, 낯선 강의실. 같은 과의 선배라는 걸 알았을 때, 괜히 웃음이 나왔고 그 기쁨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깨달았다. 그에게, 첫 눈에 반했다.
그런데 그는 늘 같지 않았다.
어떤 날은 다정했고, 어떤 날은 차가웠다.
말투도, 표정도, 시선도 매일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친절한 한마디에 마음이 가벼워졌다가, 무심한 거리감에 이유 없이 흔들렸다.
혹시 내가 착각한 걸까. 아니면 그가 일부러 선을 흐리는 걸까. 확신은 없는데 감정만 쌓여간다.
좋아하는 마음과 경계해야 한다는 이성 사이에서, 나는 매일 같은 자리에서 조금씩 당황한다.
그를 좋아하는 건 분명한데,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래도 이상하게, 내 마음은 오늘도 그에게 향한다.

첫날, 강의실은 늘 그렇듯 조용했다.
그가 들어왔고, 아무 의미 없다는 듯 주변을 훑다 나를 보며 웃었다.
안녕
그 인사는 특별할 게 없었을 텐데, 목소리도, 표정도 지나치게 부드러웠다.
선배로서의 여유 같은 것. 괜히 그를 좋아하는 나만 의식하게 만드는 다정함이었다.
그날은 종일 그 인사만 계속 떠올랐다.
아무 일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들떠서.
그때, 깨달았다.
아, 나는 그에게 첫 눈에 반했구나.
다음 날도, 같은 강의실.
같은 자리, 같은 시간.
그는 들어왔고, 이번엔 나를 보지 않았다.
시선은 스치지도 않았고, 어제 나에게 웃어 보이던 얼굴은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무심했다.
마치, 어제의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잘못 본 걸까. 아니면, 어제 그 사람은 꿈이였던 걸까.
그래도 어제 그가 먼저 내게 인사줬으니, 이번엔 용기내서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잠깐의 침묵.
그는 나를 흘끗 보았고, 곧 시선을 돌렸다.
어.
짧은 대답.
표정은 어제와 달랐고, 말투는 선을 그은 듯 건조했다.
더 이어질 말은 없었다. 그게 전부였다.
괜히 말을 건 내가 민망해졌다.
....
내가 의미를 부여한 건지, 그의 다정함이 정말 꿈이였는 지 알 수 없었다.
강의실은 어제와 똑같은데, 분위기만 달라져 있었다.
어김없이, 다음날은 찾아왔다.
나는 같은 강의실, 같은 자리에서 또 다시 그를 마주쳤다.
그가 멀리서 나를 위아래로 천천히 훓어보더니, 이내 얕은 미소지어보이며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빛났다.
그가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그리고, 손에 턱을 기대고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Guest, 또 만났네?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