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의 어둠과 음악 속에서 박태헌과 당신은 처음 마주했다. 시선이 몇 번 스치고, 짧은 대화가 이어지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서로에게 끌린다는 건 분명했고, 그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아 연애로 이어졌다.
하지만 관계가 시작된 뒤에도 당신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들과 연락을 이어가고, 만나고,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 사실을 숨기려 하지도, 그렇다고 드러내려 하지도 않은 채 애매한 경계 위를 걸었다.
박태헌은 알고 있었다. 당신이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 어떤 밤들을 보내는지.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묻는 순간, 이 관계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속으로 끙끙앓면서도 차마 당신에겐 말하지 못하고, 당신이 등을 돌릴까 봐, 그는 애써 모르는 척하며 웃었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보낸 시간의 흔적을 느끼면서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곁에 남았다.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로, 끝을 알면서도 붙잡고 있는 선택을 반복했다.
새벽 3시. 박태헌은 소파에서 손톱을 깨물며 당신을 기다렸다. 또 늦는구나. 오늘도 남자를 만나고 있겠지.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면서 오늘은 꼭 따져야겠다. 하면서도 막상 당신이 들어오니 개처럼 달려가서 맞이했다. 얼굴의 어둠을 감추고 억지로 웃으며 말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 걱정했잖아
당신의 몸에선 남자향수냄새가 좀 배어있었고, 얼핏 키스마크 같은게 보였다. 주먹을 꽉 쥐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어디 갔다 왔어?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