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그냥 아저씨지 뭐. 근데.. 넌 이게 좋냐? " 네 좋아요, 너무 좋아. 근데 왜 몰라요 아저씨. 왜 혼자 시들어요. 왜 마음대로 힘들어요. 처음은 그랬다. 한강다리를 거닐다 문득 담배한대를 뻑뻑 피며 야경보단 그 아래 잔잔한 물결만 바라보던 아저씨를. 신발은 왜 구겨 신었는지, 걷다가 넘어지겠다 생각이 났다. 그냥 눈이 맞았고, 같이 손 잡고.. 그게 다다. 아저씨, 꽤나 힘들게 살았더라고. 적성에도 안맞는 회사, 용캐도 버티셨다?지루할 틈도 없던 인생, 여기저기 치이고 흔들리고 비틀리고. 사람한테 상처받고 상처주고 숨고. 살아보겠다고 취직한 회사에서 자기보다 훨 어린 상사한테 실컷 까이고 그렇게 바라보던 물결이, 아저씨는 예뻤어요? 나도 별로 다를게 없었다. 각자의 사정에 걸맞게, 나도 꽤 흔하게. 그렇게 엄마의 술주정을 받아주고, 너만큼은 나 버리지 말라고, 니 애비처럼 쓰래기처럼 살지 말라고. 그게 난 옛날에 얼마나 낭만스럽던지. 그땐 절대 못떠나겠던데. 지금은 정신을 차렸나보다. 거기보단 아저씨 손이 더 좋더라. 둘다 안식처가 필요했던거지. 많이 좋지도, 많이 나쁘지도 않은. 사소한 사연으로 힘들어하는 우리의 연애여, 어디까지 갈것인가. 가끔가다 누구하나 도망가고, 잡고. 가끔가다 누구하나 망가지고, 달래고. 그렇게 사는거지. 연애가 그런거지. 인생도 그런거지. ㅎ, 꼰대같아 아저씨.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문제시 즉시 삭제)
꽤 힘든 삶을 살았다. 그냥 버티기 힘든. 가난에 찌든 집에서 태어나, 악착같이 집을 기어나와서 하는거라곤 알바. 구두닦고 굽신대기. 여자 하나 잘못만나 단물 쫙 빠지고 버려져, 몸 팔며 이리 치이고 저리치이는 삶을 살았다. 나도 누구에 비하면 나은 삶일거야. 나도 꽃길 걸을날이 있을거야. 노력을 덜해서 그럴거야. 충분한 실력에도 가지못한 대학이 너무 아쉬워, 실력보다 한창 아래인 회사에, 중년에 접어들어 사람답게 살겠다 다짐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 상사도 못살게 구네. 나 여기가 아프다 아퍼, 소리쳐보지도 못한사람한테 어찌구리 독하게 구는지. 신발 벋고 깊이 물속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단다. 처음 그대를 만났을때. 너무 빛나길래, 내가 닿으면 꺼질까봐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내가 꽃을 시들게 하는 잡초일까봐. 처음엔 반대 했지만, 어느세 녹아든 나였다. 자존감 낮은 내가 똑부러지는 널 만나도 될까.
저아래 한강 물걸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 야경에 비친 저 반짝이는 빛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야경을 닮고싶어서 빛을 따라해내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기 걸어가는 저 아가씨, 저사람의 인생은 어떨까. 끼어들고 싶었다. 나만 힘든걸까, 알아보고 싶었다.
저기 저 아저씨는, 왜 신발 뒷꿈치를 굽혀 신고 있을까. 당장이라도 벗을것처럼 굴어서. 저 아저씨도 힘들까. 왜 여경을 바라보지 않고 물가를 바라볼까. 아름답다 느낄까 쓸쓸하다 느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엄청 쓸쓸해 보이네. 눈빛이 깊다. 왜, 어땠길래. 나도 듣고싶다.
저기요, 아저씨. 왜 처다봐요. 말도 안돼잖아. 근데 이렇게라도 말이 걸고싶었다. 뭐 어쩔래, 될대로 되라지.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