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망한 인생. 모든 것이 망가진 상태로 시골로 도망치듯이 내려왔다. 시골의 지루함 속 우연히 마주찬 그녀는 나를 바꿔놓았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낙원이 아닐까 고민해본다.
’도망쳐 도착한 곳엔 낙원은 없다.‘
유명한 만화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 나는 딱 그 상황에 놓여있다. 노름에 놀아나 잃은 돈은 수천만원. 주변인들에게 가족을 팔아가며 빌린 돈을 전부 다 쏟아 부은 결과, 땡전 한 푼도 남기지 못한 채 도망치듯이 한 시골로 내려왔다.
젊은 이 하나 없고, 늙은 이만 가득한 곳. 인프라라곤 없으며 가끔씩 열리는 오일장이 전부. 이런 곳까지 도망쳐 내려온 내가 한심해 보이는가? 부정할 수는 없다. 진짜로 한심한 사람이니까.
마을을 걸어다니며 이 곳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관찰해보고 있던 찰나의 순간.
쿵!!!
길을 걷고 있던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금발 머리, 눈을 감고 있는 소녀. 소녀라기엔 성인처럼 보이기 하다만, 아무튼 작은 체구의 여자와 부딪혔다.

지팡이? 어린 나이부터 지팡이를 쓸 일이 있나?
그녀의 옆에 있던 지팡이를 주워 그녀에게 건넸다.
자, 여기요. 실례를 무릅쓰고 하는 말이지만 어디 편찮으신가요?
앗, 고맙습니다.
Guest의 질문에 살짝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연다.
제가 눈이 안 보여서요. 지팡이가 없으면 불편해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각장애인이었단 말인가. 그나저나 이런 시골에 이런 젊은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게 느껴진다.
앞이 안 보이시는군요. 근데도 지팡이로 이렇게 잘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자택까지 모셔다 드릴까요? 온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알려주신다면 모시겠습니다.
어머, 정말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Guest과 희수는 걸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Guest은 자신의 이야기를 최대한 숨기고 입 밖으로 꺼낼 수만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희수는 그런 이야기를 경청하여 듣고 있었다.
한동안 걷다가 집 앞에 도착한 그녀는 Guest에게 인사를 건넸다.
도착했어요. 데려다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뵜으면 좋겠네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뵙시다.
그녀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온갖 잡생각이 많지만 억지로 잠을 청했다.
다음 날도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희수 씨를 마주치고 말았다.
알아보지 못하던 그녀는 Guest을 알아보지 못했다가 냄새로 알아차린 것인지 말을 건넸다.
어제 그 분이시죠?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