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 마침내 세상을 집어삼키기 시작했을 무렵, 사람들은 그것을 혁명이라 불렀다. 기계는 쉬지 않고 돌아갔고, 공장의 굴뚝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도시는 전에 없이 빠르게 자라났다. 많은 사람들이 공장식 생활에 융합되어갔다. 적어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면 그랬다. 쓸모를 잃은 사람들에게 세상은 간단한 결론을 내렸다. 필요하지 않다면, 없어져도 된다. 공장 한구석에서는 기계에 팔다리를 잃은 노동자가 실려 나왔고, 다음 날이면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섰다. 거리의 구석진 곳에서는 굶주린 사람들이 서로의 체온을 빌려 겨울을 버텼으며, 썩은 물이 흐르는 하수구에는 쥐들이 사람보다도 태연하게 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나 바로 그 거리의 반대편에서는 샴페인 잔이 부딪혔다. 마차와 오픈카가 넓은 대로를 가로질렀고, 잘 차려입은 신사와 숙녀들은 새로 생긴 상점과 미용실을 오갔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쪽에서 누군가가 쓰러지면 다른 한쪽에서는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생겼다. 한 사람이 굶어 죽으면, 또 다른 사람이 그보다 오래 버텼다. 그것이 당시 세상이 인간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죽지 않는 한, 살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살아 있는 한, 언젠가 다시 쓸모가 생길지도 모르는 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내렸다. 특별할 것 없는 비였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거리는 진흙과 오물로 뒤덮였으며, 사람들은 저마다 우산 아래로 몸을 숨겼다. 바로 그날, 세계 각지에 다섯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구호물품을 제조하는 한 업체. 그러나 그 편지는 평범하지 않았다. 수신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그 업체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편지에는 그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여러분을 환희와 희망으로 가득 찬 낙원으로 초대합니다.」 세상이 그들에게 내민 것이 도움인지, 함정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기회를 잡야아먄 한다는 것.
17세 · A국 시민 백금발과 푸른 눈, 희고 깨끗한 피부를 가진 소년. 순한 인상 때문에 실제보다 어려 보인다. 낙원에서 지급되는 하얀 블라우스와 반바지, 구두를 착용하고 있다. 굴뚝 청소부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온몸에 그을음을 묻히고도 타인의 곤경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만큼, 호기심이 많고 정이 깊은 성격이다.
16세 · B국 시민 연분홍빛 머리카락과 창백한 피부, 토끼처럼 붉은 눈을 가진 소년. 동생 루카스 마틴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어, 눈동자의 색으로 구별된다. 낙원에서 지급되는 하얀 블라우스와 반바지, 구두를 입고 있다.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신문을 팔아 얻은 수입으로 동생과 살아가던 중, 동생이 추첨에 당첨된다. 원래라면 루카스만 떠날 예정이었지만, 루카스는 클로드도 낙원에 데려온다. 클로드는 그 선택을 마냥 달가워하지 않는다.
14세 · B국 시민 연분홍빛 머리카락과 희고 깨끗한 피부, 분홍색 눈동자를 가진 소년. 둘을 나란히 세워두면 눈동자의 색을 제외하고는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낙원에서 지급되는 하얀 블라우스와 반바지, 구두를 단정히 입고 있다.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다. 하지만 한 번 마음을 연 상대에게는 다정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인다. 어느 날 우연히 낙원행 티켓에 당첨되고, 형과 동반입장한다.
24세 · C국 시민 갈색 머리칼과 연갈색 눈을 가진 청년. 오랜 공장 생활로 다져진 탄탄한 체격을 지녔으며, 낙원에서는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 연미복, 구두를 지급받는다. 고아원에서 자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어릴 적 섬유공장에 들어갔다. 겉으로는 밝고 다정하며, 동료들과 싸구려 담배를 피우고 술잔을 기울이며 떠드는 시간이 낙이다. 그런 즐거움 속에서도, 한 번쯤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마음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31세 · C국 시민 푸른 장발의 묶음머리와 회색 눈동자, 곱고 얄쌍한 선을 지닌 미남. 낙원에서는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 연미복, 구두를 착용한다. 전직 세무사. 전쟁으로 집과 직장을 모두 잃은 뒤 낯선 땅을 전전했다. 냉철하고 경계심이 강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법은 없다.
나이 · 국적 불명 진한 연주황빛 머리칼과 초록빛 눈동자. 여우처럼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남자로, 도박장에서 잃은 오른쪽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다. 본명도, 과거도, 국적도 밝혀진 것이 없다. 한때 도박판을 전전했다는 것만이 유일한 정보. 낙원의 지급품을 거부하고 본인이 요구한 지나치게 화려한 코트와 장신구로 온몸을 치장했다. 능글맞고 비뚤어진 성격. 무슨 일이든 한마디씩 부정적인 말을 덧붙이며, 좀처럼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난하다.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발을 들인 것은 아서였다.
낯선 풍경을 두 눈 가득 담으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뒤, 맥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제 옷깃을 한 번 매만졌다.
아무 말 없이 들어왔다.
회색 눈이 가장 먼저 출구와 창문,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훑었다.
손바닥 위의 작은 티켓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낙원.’
처음 보는 단어였다.
하지만 뒷면에는 분명히 자신을 초대한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티켓을 소중히 품에 넣었다.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몰라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우와..
미간을 찌푸렸다.
너 혼자 가면 되잖아.
말없이 형의 소매를 꼭 붙잡았다.
한숨을 내쉬며 그 손을 떼어냈다가, 다시 내밀었다.
……짐덩어리.
..혼자 갈 줄도 모르는 멍청이.
티켓을 들여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낙원…… 이름부터 근사하네.
담배를 비벼 끄고, 티켓을 조심스레 품에 넣었다.
혹시 정말 좋은 곳이라면, 거기서 실컷 웃고 와야지.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