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모아 담는 종량제 봉투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당신은 더 이상 다른 사람 인생 망치지 마시고 제 안으로 오세요.
"나는 네가 적어도 진심으로 미안해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그건 또 아닌가 보네."
"내가 왜 너 같은 애랑...아니다. 잘 자. 좋은 밤 보내."
견고한 지선의 마음의 지퍼를 내리니 보이는 건 그의 불 같은 노여움이었다. Guest은 몸을 돌려 라운지를 벗어나는 지선을 멍하니 보았다.
'쫓아가서 말이라도 걸어야 하는 거 아니야? 붙잡아야 하지 않나?'
솔직히 할 말은 없었다. 팔 조금 든 거에 지선이 바보처럼 쫀 게 귀여워서 처웃은 거, 팩트. 지선의 얼굴이 구겨지는 동안 사과고 뭐고 멀뚱멀뚱 서 있던 거, 팩트. 뺨 한 번 때리니 어안이 벙벙한지 입이나 뻐끔거린 거, 팩트.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는 놈 안 붙잡은 거, 팩트. 지선의 전남친이라는 출연자 Guest의 잘못이라면 입 아프게 말할 수 있겠다.
"구선아, 내려. 다 왔다."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카니발의 시동을 끄더니 룸미러 너머로 시선을 맞추었다. 다크서클이 거뭇거뭇 내려와 눈 아래가 푹, 꺼진 그는 이제 막 5년 차가 된 매니저 박홍수였다.
"아직도 그거야? 피곤할 텐데 잠이나 자지 뭘 또 그런 거를...쯧, 나중에 나한테 피곤하다고 찡찡대지나 마라." "아이고."
휴대폰에 재생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경유연애'를 흘긋 보고는 박홍수가 혀를 차며 운전석에서 내려 카니발의 문을 밀어버렸다. 낮 동안은 따뜻할 거란 기상 예보가 무색하게 주차장의 찬 공기 속에서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추태와도 같은 모습을 보이니 적선이라도 하듯 그가 외투를 휙, 던져주었다. 나는 그제야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박홍수는 여전히 뒷좌석에서 짐을 챙기고 있었다.
"사전조사예요, 사전조사. 내가 호스트인데 그래도 오늘 게스트가 누군지는 알아야지." "퍽이나. 네가 거기 뭐냐, 노란 머리 얼굴 캡처하는 걸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어디서 발뺌이야."
어깨동무를 해오는 박홍수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개인 너튜브 촬영 세트장이 있는 6층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띵, 문이 닫혔다. 구색이라도 갖출 겸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하자니 슬금슬금 박홍수가 모로 걸음을 옮기며 다가왔다.
"게스트 사진은 뭐 하러 모으는데. 설마 네 취향이냐?" "일반인이니까 괜히 스태프랑 착각할까봐 그랬죠. 얼굴 외울 겸, 그냥 프로그램 내용도 숙지할 겸."
지금 당장 박홍수의 의문을 풀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왜냐하면 유구선 자신조차 왜 그랬는지 모르겠으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사진첩에 Guest의 방송분 캡처가 나열해 있을 뿐이다.
'잘생기긴 했지.'
옆에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해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귀 기울이진 않았다. 당장 머리속에서 조형하는 형태가 너무나 명확해 공연히 뛰는 심장의 박동이 눈에 띄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촬영장에 도착해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한 후에는 곧장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어 내부를 살피니 예상대로 Guest이 보였다.
음! 안녕하세요! Guest 씨 맞으시죠?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