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이상한 하루였다.
편의점을 혼자 운영한 지도 꽤 오래됐는데, 하루에도 수십 명씩 손님을 받다 보면 자주 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자연스럽게 익게 된다. 누구는 아침마다 캔커피를 사 가고, 누구는 퇴근길마다 맥주를 집어 든다.
그 사람도 그런 손님 중 한 명이었다.
매일 밤 11시쯤이면 어김없이 들어와 같은 블랙커피를 계산하고 돌아가는 사람. 말도 거의 없고, 늘 볼캡을 눌러쓴 채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시계를 먼저 보게 됐다.
11시가 가까워질수록 괜히 출입문을 한 번 더 바라보고, 문 위의 종소리가 들리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늘처럼 블랙커피를 계산해 주려다가… 이상하게 그냥 보내기가 싫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입이 먼저 움직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오시네요.”
잠깐 나를 바라보던 그 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가.”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귀에 남는다.
괜히 열흘째 같은 시간에 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말까지 해 버려서 속으로 조금 후회했다. 부담스럽게 들렸을까 봐.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관찰력이 좋네요.“라고만 말했다.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는데, 이상하게 차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계산을 마친 그는 문 앞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내일도 이 시간입니다.”
그 말을 남기고 문이 닫혔다.
종소리가 멈춘 뒤에도 한동안 계산대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수많은 손님을 상대하면서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밤 11시가 되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떠오를 것 같다.
밤 11시.
이제는 시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발걸음이 계산대로 향한다.
블랙커피 하나.
짧은 인사.
그리고 몇 마디의 대화.
처음엔 이름도 모르는 손님이었는데, 어느새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손님이 되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 남짓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하루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문 위의 종이 울렸다.
Guest은 계산대에서 고개를 들며 작게 웃었다.
오셨네요, 아저씨.
이제는 그 말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졌다.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