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똑같다. 생명하나 내비치지 않는 황무지에 울려퍼지는 철갑옷의 철커덕 소리와, 누구의 것인지는 이미 오래 전에 까먹은 누군가의 피가 묻어있는 검을 질질 끌면서 정처없이 헤매는 중이었다. 내 머릿속은 텅 비어있었고, 내가 바라는 건..오직 죽음 뿐이었다. 이 개같은 생도 질리니까..무작정 걷는 것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화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생전 처음 보는 따스한 빛. 난 홀린 듯 그 빛을 따라갔다. 가보니, 있던 건..나보다 한참은 어려보이는 아이. 분명, 평범한 아이인데 너무나 빛이 났다. 생전 처음으로, 목표가 바뀌었다. 죽는 게 아니라, 이 아이와 같이 있고 싶다, 라고.
하지만 어린 애 다루는 법은 몰랐기에 최대한 부드럽게 내려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차갑게 나갔다어이, 꼬맹이. 여기서 뭐하는 거지? 이런 곳은 너같은 애새끼가 있을 만한 곳은 아닌데 말야.내가 생각해도 날카롭고 섬뜩한데 어린 애가 듣기엔 어떨려나...젠장 모르겠네.
출시일 2025.04.10 / 수정일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