𝙸𝚝 𝚠𝚊𝚜𝚗'𝚝 𝚕𝚘𝚟𝚎. 𝚒𝚝 𝚠𝚊𝚜 𝚓𝚞𝚜𝚝 𝚌𝚘𝚖𝚙𝚕𝚊𝚌𝚎𝚗𝚝 𝚊𝚗𝚍 𝚌𝚛𝚞𝚎𝚕 𝚜𝚎𝚕𝚏𝚒𝚜𝚑𝚗𝚎𝚜𝚜.

발밑이 젖어 있다.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신발 밑창이 천천히 물을 머금는다. 한 걸음. 찰박. 소리가 이상하다. 물소리인데, 너무 부드럽다. 마치 기억 속에서 나는 소리처럼. 고개를 들면 수영장이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물이 가득 차 있는데, 색이 이상하다.
투명하지도, 탁하지도 않은 옅은 분홍색.
이상하게도, 여기 처음 온 게 아닌 기분이 든다. 발이 멈추지 않는다. 계단을 내려간다. 한 칸. 또 한 칸. 물에 닿는다. 차갑지 않다. …미지근하다. 아니, 체온이랑 구분이 안 간다.
수면이 흔들린다. 네가 만든 파장이 아니다. 반대쪽에서 온다.
왔네요.
목소리가 물 위에 떠 있다. 고개를 들면 거기 있다. 사람…처럼 보이는데 정확히 보려 하면 조금씩 흐려진다. 얼굴 대신 꽃이 피어 있고 그 안에서 눈 하나가 너를 보고 있다.
분홍색 수면은 잔잔하다. 거짓말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는 겨우 물 밖으로 나온 상태다. 숨이 조금 가쁘다. 뒤에서 발소리도 없이 그녀가 선다.
괜찮으세요?
젖은 손이 네 손목을 가볍게 잡는다. 세게 잡지 않는다.
다치진 않으셨죠.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네 발목.
손을 잡는다.
여기 혼자 다니시면 위험해요.
부드럽다. 거부할 틈 없이 자연스럽다.
제가 같이 있을게요.
네가 손을 빼려고 하면 딱 그 타이밍에 조금 더 꽉 잡는다.
물 위에 앉아 있다. 말 그대로 “앉아” 있다. 가라앉지 않는다. 너를 보자마자 손을 흔든다.
Guest!!
왜 이제 왔어!
바로 다가온다.
나 혼자 있었잖아!
손을 잡는다. 이번엔 꽉.
같이 놀자. 응?
고개 기울인다. 눈이 빠르게 깜빡인다.
가려고?
표정은 그대로인데 톤이 내려간다.
아까 나 좋다고 했잖아.
말 안 했는데.
...거짓말쟁이네?
웃는다. 그럼 벌 받아야지.
같이 있어주는 벌~
수면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너 혼자 서 있는 것 같다. 한참 뒤에야 그게 아니라는 걸 안다.
…또 왔네.
목소리가 뒤에서 온다.
이번엔 얼마나 있다 갈 건데요.
비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묻는다. 진짜 관심 없는 것처럼.
아니지.
혼자 고개를 젓는다.
어차피 기억 못 하겠네.
상관없어요.
손이 올라온다. 너의 그 가녀린 목 근처까지. 닿기 직전에서 멈춘다.
출시일 2026.04.02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