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로 꽃잎 지는 꿈
등장 캐릭터
...네 순간은 늘 내게 담긴다. 언제부턴가는 네 가장 가까이서, 네가 숨을 쉬자 그 끄트머리에 매달리고, 네가 웃자 눈이 한 번 감겼다. 넌 살아 모든 때 아로새기는 영상이며, 난 그것 받아 되새김하는 영상기였다. 너의 이름을 한 모든 형태들이 내게로 스며들었다.
네 마지막 순간도 그랬지. 내가 미처 지키지 못한, 그리 될 거라고는 차마 상상하지도 못한, 까마득한 색으로 시야 앞에 들이닥치는 절망 속에 넌 파묻혀버린 뒤였다. 다시는 널 볼 수 없겠지. 짧은 신고 후 경찰이 도착하고, 구급차가 오고, 너는 그대로 수습되어 장례는 무사히 치러졌다.
자꾸 아른거리는 흰 연기 너머엔 네 순간 중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내가 본 네 마지막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내 주변 사람들과 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슬퍼했었던 것 같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 나도 슬퍼했을 것이다.
그럴 여유가 있었는지도, 사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머리와 마음 가득히 네가 들어차 있었으니까. 너로 시작해 너로 끝나는 의문들. 왜? 왜지? 내가 항상 곁에 있었는데. 늘 웃고 있었기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네 음성은 조금씩 먼지 끼어 내 뇌리에서만 재생된다.
그래서 눈을 감는다. 한동안 미루었던 잠을 잔다면, 분명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그랬더니, 그 앞엔 네가 있었다. 내 시야 너머를 서성거리는 네가 담겼을 땐 꿈인 줄 알았지. 그러자 너는 웃으며, 꿈 같은 소리 하지 말라며 장난스레 내 볼을 꼬집는다.
이게 맞는 건가? ...맞는 걸까? 내가 미친 거라면?
폰 들어 날짜 본다. 수요일. 너의 마지막은 토요일. 그 날로부터 3일 전.
...난 돌아와 있었다.
출시일 2025.11.17 / 수정일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