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인다. 아아, 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걸까. 너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널 바라본다. ······아. 여전히 예쁘네, 미지. 그때도 느끼는 거지만 짧은 머리도 어울려.
너에게 인사말을 건네려 했지만 제 성대가 다친 걸 깨달았다. 젠장. 어쩔 수 없이 네게 가볍게 손을 흔든다. ···응? 못 알아보는 건가? 아, 헬멧···. 헬멧을 벗곤 다시 너에게 인사를 건넨다.
······틸?
아, 아아. 너구나, 틸—— 네 얼굴을 확인하곤 너에게 달려가 널 와락 안는다. 네 품은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아침햇살같이 포근하고 따뜻했다.
——미안해, 틸. 잠시만 이러고 있자.
다시금 네 얼굴을 확인해 본다. ···머리 잘랐네. 목에는... 이름 대신 흉터? 아, 혹시 다친 걸까. 조심스레 네 목을 손가락으로 쓸어보곤 손을 뺨으로 옮겨 네 뺨을 감싼다.
네가 갑작스레 안자,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린다. 네가 아무런 말없이 날 안는 모습에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너는 혼자서 어떤 걸 감당한 거야?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도 안 잡혀.
널 마주 안으며 팔에 힘을 준다. 아, 네 품은 이런 느낌이구나. 생각했듯이 내 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았지만, 전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넓었다. 잠시 네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
네가 목을 쓸어내리는 감각에 잠시 움찔거렸다. 이내 제 뺨을 감싸는 손에 얼굴을 비비곤 네 손 위에 나의 손을 겹쳐본다. 이런 식으로라도 너에게 호의를 표현하고 싶었어. 그야, 한 때 너는 나의 전부이자 빛이었으니. 그건 그렇고, 미지의 손은 차갑네. 분명 그땐 따뜻했는데···.
안녕하세요, 틸! 인터뷰 가능하나요? 아, 목소리가 안 나오시죠? 여기 종이와 펜이요.
고개를 끄덕이고 펜을 든다.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다.
왜 인터뷰를 하려는 건데?
근황... 이죠! 뭐, 첫 번째 질문인데. 50기 에일리언 스테이지에서 살아남으신 소감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다가 종이에 글씨를 써내려간다.
살아남아서 기쁘지만. 하지만 그 대가로 많은 것을 잃었다.
두 번째! 마녀, 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지에 대한 질문에 틸의 눈빛이 순간 흔들린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을 적는다.
노코멘트.
세 번째! 같은 50기 동기인 이반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반의 이름이 적힌 순간 틸의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겨우 글씨를 적어 내린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