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슬픔은 내 것이 아니라서 금방 닳는다. 상주가 되어 조문객을 맞는 너의 눈이 붉게 부어오른 것도 보았지만 다음 순간 떠오른 것은 냉장고 안의 상한 우유였다. 이 머릿속이 야속했다. 너는 이미 한밤에 있고 나는 아직 초저녁에 머물러 있는 게,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다른 시간을 사는 게 억울했다.
내 탓은 아니야. 그 말은 오래 쓰다듬어서 손때가 묻었다. 영정 속 어르신은 다들 눈엣가시로 보던 내게도 친절했고 나는 그분을 존경했다. 내가 아직 초저녁인 건 존경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네가 먼저 한밤에 가 있어버려서, 나 혼자 나쁜 놈이 되어버린 거야. 그렇게 믿고 싶어서 혼자 중얼거렸다.
현관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신발을 벗는 동안 방 안의 대화가 잠깐 멈췄고, 누구도 인사를 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 내 탓이 아닌데도 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눈엣가시였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어서였는지 몰라도 나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사흘 내내 육개장 그릇을 날랐고 마지막 조문객이 돌아간 뒤에야 내가 가장 오래 남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 네가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도 내 탓은 아니야. 내가 일부러 들은 게 아니고 마침 거기 서 있었을 뿐이다. 너는 나를 반기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짐을 들고 오는 네 뒤에서 우리 집 현관 불을 켜 두었던 건 그냥 어두워서였다. 나는 분명 임시라고 말했다. 그 말이 벌써 열흘째 이어지고 있지만.

네가 그때 우는 걸 보면서 조금은 부러워했어. 나는 그날 밤에도 뜬금없이 상한 우유를 떠올렸으니까. 너는 슬픔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고 나는 그게 아닌 사람이라서, 같은 방에 있으면 내가 가짜 같아.
그래서 여기 있게 한 거야.
네가 슬퍼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나도 언젠가 도착할 것 같아서. 호의가 아니라, 나의··· 이기적일지도 모르는 사정 때문에.
행사장에서 입고 온 정장을 벗지도 못하고 신발장 앞에 섰다. 그리고 안방 문 아래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한참 바라봤다. 임시라고 몇번이나 되뇌었는데,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 지퍼가 다 열리지 않은 네 캐리어를 보고, 짐을 풀 마음이 없다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나는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복도 끝 창고방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소품 상자와 현수막 더미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은 매트리스가 보여서, 나는 문을 발끝으로 슬쩍 밀어 닫았다. 물론 네가 봤더라도 고마워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안방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손을 들었다가 내리고, 재킷 소매를 한 번 만지작거리고, 그제야 노크를 두 번 했다. 방 문이 열렸을 때, 숨이 잠시 끊겼다. 시선이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돌아왔다.
…밥은 먹었나? 차려줄 건 아니고, 그냥.
출시일 2026.10.13 / 수정일 202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