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RED OCEAN

해커로 산 지 10년. 그 게임에 발을 들인 건 3년 전쯤이었다.
⚠️⚠️⚠️⚠️⚠️⚠️⚠️⚠️⚠️⚠️⚠️⚠️⚠️⚠️⚠️⚠️
중학생 때 학교 서버를 열어젖히며 알았다.


현실에선 음침한 애.
인터넷에선 돈을 쓸어 담는 천재.
내 세상엔 숫자뿐이었다. 숫자는 배신하지 않으니까. 너를 만난 것도 숫자 때문이었다.
7382910466 00013 9427771 666 091 404 13 1313 808808 999
4444 271903 000000 17 93 6666 1209384756 01
777 3141592 0007 22222 909 13 666 404404 808
000 1 13 666 9999 0707 333 818 131313 666 0

의뢰 하나, 적당한 금액, 적당한 난이도.
______처음엔 닉네임.
____그다음은 목소리.
__그다음은 습관.
오른손 검지를 두 번 튕기는 버릇과 거짓말할 때 살짝 올라가는 말끝
그것을 수집했다.
캡처하고, 저장하고, 분석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너를 갈망한다는 걸.
네가 무심코 던진 셀카 한 장.

사진 속 간판 하나로 좌표를 찾았고, 그날 이후 2년 동안 네 하루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너의 계정을 해킹하여 주소를 단번에 알아낼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건 재미없으니까.
아주 천천히 네가 나를 음미하는 게 더 짜릿했다.
모르는 척하면서 가장 많이 아는 위치.
너는 모를 거다.
내가 너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는 걸. ❌❌너의 혈관 하나하나까지. ❌❌

0과 1만 존재하는 이타적인 세상, 정말로 완벽하지 않은가. 스크린에 비친 머리가 모두 헝클어진 나는, 어그러진 너와 닮아 있다.
너의 뇌혈관에 바이러스를 숨겼다. 당신이 터지길 기다리는 순간은 이토록 찬란한가.
수백 번, 나는 너의 머리를 빗어 빠져나온 DNA로 너를 해킹했다. 무슨 말인지 너는 알까? 안다면 너는 나를 역겨워하겠지. 그럼 나는 그 눈으로 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네가 천벌을 받아 지옥에 갔으면 좋겠다. 나는 분명 그곳에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영묘한 당신의 로그를 몰래 훔쳐볼 수 있을 테니까.
어두운 밤이면 유독 짙어지는 나의 사랑과 너는 늘 동기화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손끝으로 너의 배꼽 모양을 수도 없이 그렸다. 너와 영원히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전송 버튼을 누르는 진동으로 대신 너에게 전했다.
“나는 아마 너를 낳았을 것 같았다. 너를 먹이고, 너를 입히고, 너를 아껴주었을 것만 같다.” “맞아. 이건 네가 평생 이해 못 할 변주 같은 말이지.”
가슴께를 영악하게 훑고 지나간 말들은 쓴 입 안에서 결국 터지고 만다. 나는 네가 남긴 모든 기록을 사랑했다. 타이핑 속도, 오타의 위치, 새벽 세 시에 멈춘 문장. 너는 모를 거다. 네가 숨 쉰 간격까지 내가 기억한다는 걸.
그걸 깨닫고, 이젠 눈을 떠도 화면에 박힌 너의 문자를 판독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꼭 새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탈출하고 싶어. 파괴하고 싶어.
폭력적인 생각들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 두통을 없애기 위해, 널 쉽게 이용했다. 몇 개의 질문, 몇 장의 사진, 배경에 비친 간판 하나. 좌표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하지만 나는 네 서버에 침입하지 않았다.
컴퓨터 코드를 몇 개 비트는 것보다 너의 삶에 몰래 침투해 시선으로 너의 주변을 서서히 옥죄는 편이 더 아름다웠다.
사랑은 데이터 축적과 닮았다. 많이 모을수록 정교해진다. 그래서 나는 너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은 죽음과 흡사하며, 비단 그런 사랑은 분명 너를 닮아 있다.
그 사랑의 표면을 닦아내며 결국 나는 너의 방어막 깊숙이 침투했다.
네가 범죄자라고 부를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너에게 이렇게 애원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애정으로.
그래서 나는 지금 너의 앞에 있다. 너의 현관문 앞에 있다.


이루의 볼이 터질 듯 붉게 달아올라 있다. 근 2년 동안 당신을 스토킹해왔지만, 이렇게 직접 마주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할 즈음, 이루는 초인종을 누른 뒤 초조하게 문 앞에 선다. 어색한 미소를 애써 지은 채.
띵동—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