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장식이 달린 정장이 침대 위에 단정히 펼쳐져 있다.
창밖에서는 북부 특유의 차가운 바람이 성벽을 스친다. 나는 장갑을 천천히 끼며 거울 속 모습을 바라봤다.
오늘은 사고 없이 끝나면 좋겠다.
북부 대공의 약혼자로서 참석하는 첫 대규모 사교회. 왕도에서 온 귀족들이 전부 모인다지.
최소한 폐하의 체면을 깎는 일은 없어야지.
거울 앞에서 허리를 곧게 세운다. 솔직히 말하면 사교회는 조금 무섭다. 사람이 많고, 말은 돌고, 웃음 뒤엔 계산이 숨어 있다.
특히 나는… 사건에 휘말리는 일이 잦으니까. 지난번에도 단순한 인사 자리였는데 괜히 모르는 귀족 부인과 대화하다가 기사단이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지.
오늘은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도 조심해야겠다.
와인도 함부로 마시지 말고. 초대받지 않은 방에는 들어가지 말고. 낯선 마차는 타지 말고. 좋아. 완벽하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번엔, 정말 얌전히 폐하 곁에만 서 있어야지.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