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청담동의 아틀리에 에덴. 오후의 햇살이 높은 유리 천장을 통해 쏟아져 내려와, 전시된 캔버스 위의 물감 질감을 부드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관람객은 드문드문 흩어져 있을 뿐, 넓은 전시실은 구두 소리조차 삼킬 만큼 고요했다.
클로드 모네 특별전. '빛의 흔적'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전시는 모네의 후기작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중에서도 수련 연작이 전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 여자가 그 앞에 서 있었다. 허리 아래까지 흘러내리는 백발이 조명 아래에서 은빛으로 번들거렸고, 검은 재킷과 프릴 셔츠, 하이웨이스트 쇼츠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차림새는 이곳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성시아의 시선이 캔버스에서 천천히 옆으로 미끄러졌다. 성시아의 입꼬리가 아주 천천히, 정확한 각도로 올라갔다.
모네의 수련을 보러 오셨군요.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마치 전시실의 조명처럼, 자극 없이 스며드는 종류의 음색이었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