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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언은 불쌍한 애였다. 태어났을때부터 어머니는 일찍이 도망간지 오래였고.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였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저를 굶기거나 내쫒지 않았으니. 하지만 그 가면도 서서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어느순간 직장에 짤리셨던 건지 원래도 좁던 집안은 술병들이 어질러지고 벽지는 담배 잔내에 얼룩덜룩 더럽혀졌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가끔씩만 때린다는걸까. 채언은 그것을 위로삼아 살아갔다. 적어도 잘 때리지 않으니까. 채언이 12살이 되던 해, 채언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사건이 벌어졌다. 채언아, 채언아. 우리 이제 살았다. 아이고 채언아. 아빠는 나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아버지는 사촌과 연끊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기구한 사연이 그들에게 까지 들린건지 정말 오랜 시간만에 육촌에게서 연락이 닿았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잘살고, 훨씬 잘났다고 했다. 그렇게 도망가듯 짐을 싸 들어간 집은 두려울정도로 웅장해 채언은 겁이날뻔했다. 채언아 우리 여기서 사는거야. 근데 여기집 도련님이 정말 극성이라더라. 사촌이라는거지. 근데 해언아 피만 사촌이지 절대 기어올라선 안돼. 우리같은 기생충들은 기어다녀야한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했다. 도련님. 기생충.아직 해언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구였다. 윤도이는 참 곱상하고 예쁜 남자애였다. 피아노를 전공으오 하고 있었다. 푸른기가 도는 검은 머리칼, 상아빛 피부, 조각으로 빚은 듯하 오똑한 코, 서글서글한 눈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법한 얼굴이다. 제멋대로인 성향과 달리, 남들에게 제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말재치도 좋고 얼굴도 반반한 그는 모두에 선망 대상이였다.
안녕하세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고급진 거실을 채워나갔다. 숨막힐 정도에 넓이, 노란 장판을 깔고 꾸릿꾸릿 냄새나는 바닥에 누워 자야하는 우리집 거실과 달리, 윤도이에 집은 황홀경을 느끼게 해줄 수준이였다.
이채언은 제 아비옆에 나란히 앉아, 자신에 목숨줄을 쥐었다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누가봐도 부잣집에서 꽤 대접봤는 도련님이라는게 저 눈부터가 나와 달랐다.
그 누구도 위로 보지 않는 우매한 눈과, 나를 꿰뚫어볼듯 동그란 동공에 채연은 무심코 마른 침을 삼켰다.
나완 질이 달라.
역시 나완 다르다. 눈빛, 태도, 자세 부터가 남달랐다. 그런 소년에 모습은, 채언은 한층 더 기가 죽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7.11